김홍식 광주일동중 교장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학교와 학생을 보라

김홍식(광주국공립중등교장회장·일동중 교장)

학교에 오가는 일이 학생이나 교사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었다. 최소한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을 이토록 철저하게 지배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당연시되던 일상이 정체 모를 바이러스의 엄습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일상이 멈춰서고 대면과 비대면을 오락가락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소중한 줄도 모르고 무감각하게 누렸던 일상이 이렇게도 절실하고 소중하기만 하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학교는 학교이고 학생은 학생이며 교육은 교육이어야 한다. “학교를 닫으니 비로소 학교가 보이고 학생이 없으니 비로소 학생이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을 그대로 겪어온 교사들의 말이다. 올해 들어서 학교와 관련하여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말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뼈저린 성찰의 깊이에 ‘탁’하고 무릎이 절로 쳐진다. 이는 현장을 지키는 교사이기에 할 수 있는 진솔하고 통렬한 자기 고백이다. 코로나19가 없었던들 어찌 감히 이런 말이 돌올하게 나올 수 있겠는가.

사실 관성이나 관행은 성찰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소한 그 때문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무도 익숙하고 견고하게 고착된 생각은 깨려고 하는 시도 자체부터가 두렵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는 집단최면이나 하등 다를 바 없다. 그 속에서 좀처럼 헤어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안주해 오는 사이에 변화와 혁신, 개혁을 외치는 구호는 여기저기서 홍수처럼 넘쳐났다. 하지만 홍수가 나서 물은 많아도 정작 마실 물이 없듯이 교육은 넘쳐나도 교육은 없다는 역설이 오랫동안 학교를 짓눌러 왔다.

그렇다. 코로나19 사태는 불행한 상황이고 비극이다. 하지만 “재난은 비극을 부르되 고통이라는 보편적인 기치 아래 다양한 사람을 결속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는 미셸 겔펀드(Michele Gelfand)의 말에 공감한다. 이번 감염병 위기 상황 속에서 학교는 혁신적 변화를 안팎으로 요구받으며 ‘연대와 협력의 교육공동체’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볼 때 코로나19는 어설픈 행정보다 훨씬 더 대단한 위력으로 엄청난 교육의 변화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나는 전문가인가? 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동안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수선하는 대신 학생들의 몸 사이즈를 줄이려고 했던 소모적인 시간들’을 떠올리며 자성하는 교사들의 외침이 바로 학교 변화의 위대한 시작이다.

이런 교사들과 현장의 움직임에 이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적극적인 지원행정으로 화답해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 소중하게 태동한 변화의 움직임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현장과 괴리가 있는 화려한 연구 결과를 고집스럽게 강요하며 또 다른 혼란을 자초하는 일만은 절대로 없었으면 한다.

교사들에게 학교와 학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은 참으로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학교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야 하고, 학생을 어떻게 안내하고 가르치며 교육의 중심에 서게 할지를 알았다는 말이 아닌가. 이는 학교가 학교로서, 교사가 교사로서 학생을 학생으로 가르치려는 위대한 깨달음이다. 바로 지금 이 생각으로 시작하자. 지금까지 위로부터 공급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변화의 당당한 주체로서, 학교 교육의 방향성을 선도하고 주도해 가자. 학교와 교사는 하달된 명령과 일감을 단순하게 수행하는 하청업자는 아니지 않는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감염병을 비롯한 각종 재난의 일상화’,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이 미래 학교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한다. “교육 분야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미래형 수업모델’을 구성해야 하며 플랫폼 인프라를 개선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에 기반한 수준별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확충해야 하고 국가 수준에서 원격수업을 위한 교사 역량 개발 프로그램과 연수를 마련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에 본격적인 블렌디드 교육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이미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답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미래 교육을 진지하게 설계하고 준비할 때다. 학교와 학생을 제대로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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