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주식매매시스템’으로 수십억 가로챈 일당 덜미
400여명에게 35억원 '꿀꺽'
대포통장으로 투자금 빼돌려

가짜 주식 매매 프로그램(HTS·홈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정상적인 주식 거래를 하는 것처럼 속여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가짜 주식 투자 앱을 통해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A(28)씨 등 총책 2명을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또 공범 1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또 다른 1명을 구속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가짜 프로그램을 이용, 400여 명에게 3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가상의 주식투자 법인을 만든 뒤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가짜 HTS를 사들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소액의 투자금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라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HTS를 이용하면, 투자금의 10배를 저금리로 대출해 투자를 이끌어주고 손실을 줄여준다고 속였다. 가짜 HTS는 주식 매매를 할 경우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표시되지만 실제 증권사의 거래망과는 무관한 조작된 화면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주식 매수금을 법인 명의 대포 통장 수십 여개로 들어가게 설계해 투자금을 빼돌렸다. 또 투자자들이 1천만원을 입금하면 대출을 통해 1억 원까지 투자금을 마련해준다고 속였고, 가짜 HTS 화면에 투자금이 1억원까지 표시되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투자 종목 대부분에서 손실이 난 것처럼 보여주게 조작하는 등 손실 만회를 위한 과투자를 유도해왔다. 수익이 발생한 피해자에게는 원금을 반환해주고 연락을 끊는 등 신고를 막는 방법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경찰은 이들이 보관 중인 범죄 수익금 2억 5천만원을 압수하고, 프로그램 운영에 가담한 개발팀·영업홍보팀과 대포 법인 계좌 공급책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를 타고 기승을 부리는 주식투자 사기 사이트와 관련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