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 광주도시공사 사장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부동산규제 권한의 분권화

노경수(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노경수 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아파트가 가족이 편안하게 생활하는 집이라기보다는 사고팔아서 시세차익을 얻는 재산증식 수단이 되면서 사회적 갈등요소가 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주택은 이동할 수 없는 부동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정지역으로 시장범위가 한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시장이 전국적 규모로 확장되어서 투자자들이 규제가 약한 곳이면 어디나 몰려가 아파트를 쇼핑하듯이 거래하면서 주택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심지어 주택가격도 주가처럼 불법 조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증가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광주시의 주택보급률은 106%를 넘었고 향후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비롯해서 대기하고 있는 공급물량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최근 광주에서 아파트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공급 부족이라기 보다는 수요측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봉선동의 아파트 경우 전달 대비 5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오른 시세를 나타냈으며, 학동의 아파트도 1억원 이상 폭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1일부터 현재까지 봉선동 일원 전체 매매건수는 총 378건이었는데 그중 서울, 경기, 대구·경북, 부산·울산 등의 외지인 투자가 135건으로 36%에 이르고 있어 외지인 매입이 사실로 밝혀졌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수도권 등에서 집값 급등, 거래절벽, 전세난 등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전국에서는 분양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지역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규제를 강화할수록 광주와 같은 비규제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옮겨가는 등 풍선효과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지인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해서 지역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매수해 거래가격을 끌어올리고 전세를 끼고 매입해 전세가를 올리는 이른바 ‘갭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집값이 상승하면 가계소득 중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므로 식비나 여가비 등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므로 삶의 질이 낮아진다. 과거에는 광주가 집값이 낮아서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고 다양한 여가활동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되니 도시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수요자인 무주택자 특히, 청년층,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내집 마련의 기회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월급을 모아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게 다가오고 아이 낳아 잘 기르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점점 어렵게 된다. 또한 몇 개월만 프리미엄으로 몇 억원씩 벌었다는 소문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분양권 전매기간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 등기시까지로 강화되기 전 마지막 일반분양 단지의 당첨자 중 20·30대의 비율은 54%에 달했다. 요즈음 유행어가 “영끌(재원 마련에 최대한 끌어서 매입)”, “패닉 바잉(공포 매입)” 등이 있을 정도로 젊은 층이 분양시장에 달려들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해도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제한적이다. 지난 11일부터 봉선동과 수완지구 등의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거래과정에서 불법이 있는지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현실적으로 여러 여건상 어려움이 많아, 가격폭등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국토부에서 전국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을 추가로 발표했는데 광주는 빠져 있어 현재 한 군데도 지정된 곳이 없다. 따라서 지방의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재개발·재건축 규제, 공공임대주택의 안정적 공급, 재산세 조정, 분양상한가제, 분양원가공개 등의 정책수단을 지방정부가 실정에 맞게 시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 중 일부 중요한 정책 수단을 분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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