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주 스프츠클라이밍 초대 국가대표 감독
"도전과 열정의 30년...바꿔야 더 높이 오른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말하다
황평주 지음/ 도서출판 바위
선수·지도자 등 30년 경험 토대
스포츠클라이밍 발전 방향 제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AG
대한체육회 공인 최초 대표 감독
금·은·동 1개씩 수확 국위선양
대한산악연맹 ‘기득권’ 세력의
대표팀 흔들기 저항하다 자진 사퇴
28일 광주 운림제서 출판기념회

황평주 스포츠클라이밍 초대 국가대표 감독이 광주 상무지구 인공 암벽을 오르는 모습.

김자인. 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김자인은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리드(lead·난이도) 최다우승(28회) 보유자로 ‘암벽 여제’로 평가받는다. 황평주. 어지간한 스포츠팬이 아니면 낯선 이름이다. 스포츠클라이밍 초대 국가대표 감독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메달 각 1개씩을 일궈낸 지도자다.

‘스포츠클라이밍을 말하다’는 황평주 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이 우리나라 스포츠클라이밍의 발전과 과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펴낸 책이다. 30년 가까이 동호인으로서,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대한산악연맹 및 광주산악연맹 임원으로서 경험한 내용을 담은 육필 기록이다. 또 스포츠클라이밍 역사와 성장 과정, 경기 종목, 발전 가능성도 설명한다. 무엇보다 스포츠클라이밍이 독자적인 스포츠로서 영역을 구축하고 발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포츠클라이머들은 무엇을 해야하고, 대한산악연맹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황평주는 어린시절부터 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나고 자란 전남 보성군 득량면 도촌리는 바위산이 지천인 마을이었다. 구들장을 캐는 채석장이 있을 정도였다. 자연스레 동네 형, 동생들과 바위산을 놀이터로 삼아 유년시절을 보냈다. 황평주는 그 시절 마을 인근 산들을 다 올랐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수들. 맨 오른쪽이 저자인 황평주.

그는 1990년 경기도로 취업을 갔다가 북한산 인수봉의 등반가들을 만나면서 가슴속에 등반가의 꿈을 심었다. 그리고 군제대후 암벽팀을 운영하는 산악회를 가입해 스포츠클라이머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다.

그가 선수로서 이름을 알린 건 1997년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스피드클라이밍 경기가 열렸는데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이후 국내대회에서는 출전만 하면 스피드 종목에선 1등은 기본이었다. 이에 1등은 아예 접어놓고 2-3등이 누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정도로 경기력은 남달랐다. ‘황비홍’이란 별명도 얻었다. 당시 이연걸 주연의 황비홍 영화에서 황비홍의 무술 동작이 스피드클라이밍처럼 빨랐기 때문이다.

1997년 첫 대회부터 클래식 스피드 경기 입상으로 시작해 2010년 경남 전국체전 스피드 경기 마지막 은메달 입상과 2012년 전국체전 은메달, 2013년 인천의 첫 전국체전 정식종목까지 15년이 넘는 스피드 경기 활약으로 은퇴할 때까지 ‘황비홍’ ‘스피드 황제’ 별명은 떨어지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도 인정받았다. 200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대회 스피드경기 동메달을 획득한 게 대표적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 동메달 수상은 청소년, 단체전 대회를 빼고 성인 국제대회에서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황평주는 2013년 목포 국제월드컵대회 때 플레잉코치(선수 겸 코치)로 참가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2014아시아비치게임과 아시아대학선수권대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감독,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2018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기념촬영한 모습.(오른쪽 4번째가 황평주)

코치와 감독, 빙벽 월드컵 감독 등을 맡아 아시아 신흥국인 우리나라 수준을 아시아 정상에 이어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도자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2018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됐다. 아시안게임 감독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산악연맹이 공모를 통해 임명한 최초의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최초 감독’이란 타이틀에 책임감에 그는 남다른 열정과 헌신, 노력으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 1개씩을 만들어냈다. 잘해야 동메달 1개를 딸 것이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목표를 정하면 치밀한 계획과 실천으로 일을 추진한 게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황평주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듬해인 2019년에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 그러다가 그해 10월 11일 돌연 국가대표 감독직을 자진 사퇴한다. 말이 사퇴이지 공식적으로 절차를 밟아 감독을 자르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대한산악연맹의 힘 있는 사람들이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배제하며 공작 수준의 책략으로 감독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떠밀려서 사퇴의 길로 내몰린 것이었다.

흔들기의 표면적인 배경은 2019년 8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산악연맹과 산하 경기력향상위원회의‘기득권자’들의 3가지 연(학연·지연·혈연) 들어있지 않고, 자신들의 코드에 맞지 않은 게 근본 원인이었다. 대한산악연맹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9개월간 회장 공석과 관리단체 지정 여파로 국가대표팀을 위해 아무런 뒷받침도 해주지 않고 방치한

히말라야 등반때 모습.

상태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부진을 이유로 국가대표 지도자와 선수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고 판단했다.

나름대로 저항하기도 하고 적폐세력을 깨부숴보려고도 했으나 그의 힘은 미약했고 그들의 힘은 너무나 막강했다. 건곤일척의 자세로 투쟁을 해보려고 마음도 먹었다. 특히 그와 같은 세대, 그와 같은 스포츠클라이밍을 20년 넘게 해온 동료들의 속마음을 확인하고는 좌고우면할 것도 없었다.

황평주가 살아온 이력과 내면의 타고난 성정은 당당히 부딪혀 싸우는 것이었다. 끝까지 싸워서 장막 뒤에 숨어있는 세력과 공고한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천하에 밝혀 깨부숴야 했다. 그래야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이 오늘을 딛고 내일의 태양을 바라볼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나라 스포츠클라이밍은 1987년 암벽등반경기위원회를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30년이면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긴 역사이다. 이 기간 전국체전에 이어 아시안게임,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럼에도 스포츠클라이밍은 스포츠로서 독자적인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산악연맹의 한 부분이다. 취미로 산에 오르는 등산과 희말라야를 등반하는 알피니스트와 다른 스포츠임에도 주체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매일 함께 훈련하는 수제자들.

바로 이점이 황평주가 책을 출간한 가장 큰 이유다. 대한민국의스포츠클라이밍의 방향설정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스포츠클라이밍의 개혁과 변화는 어느 세대에서 주체가 되어 맡아야 할까? 라는 고민에서 나왔다. 따라서 책은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자 고발이다. 또 스포츠클라이밍 후배 및 제자들에게 격려와 희망, 비전을 주고 싶은 간절한 헌사이기도 하다.

한편, 황평주 스포츠클라이밍 초대 국가대표 감독은 28일 오후4시 운림제(광주 동구 동산길 29)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말하다’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스포츠클라이밍이란

스포츠클라이밍은 산악 등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암벽 등반을 인공 시설물을 이용하여 즐기는 스포츠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건물 벽면이나 암벽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합판, FRP 등의 구조물에 인공 홀드를 설치해 놓고 손과 발만을 이용해 벽면을 따라 이동하는 스포츠이다.

세부종목으로는 스피드(속도), 리드(Lead·난이도)·볼더링(Bouldering)·콤바인 등으로 구분된다. 스피드는 말 그대로 속도로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15m 높이의 암벽을 가장 빠르게 오르는 선수가 우승한다. 리드는 안전벨트에 로프를 묶고 15m 높이의 90°~180° 내외의 경기벽에서 난이도를 고려하여 설계한 루트를 정해진 시간 안에 올라간 높이로 순위를 겨루는 경기다. 볼더링은 안전벨트와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4~5m 높이의 경기벽 여러 코스를 등반하며 해결한 과제수와 등반 중 시도 횟수를 종합하여 순위를 겨룬다.

콤바인은 스피드와 리드, 볼더링 등 3종목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개인 종합’ 성격으로 ‘올림픽 포맷’으로도 불린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안게임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정식종목이 돼 스피드 개인 및 단체, 리드 경기 3종목이 진행됐다. 2021도쿄올림픽에서도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콤바인 종목이 열린다.

■저자 황평주는

-황평주 등반교실 대표(광주 실내암벽·스포츠클라이밍)

-2019 대한체육회 공인 대한산악연맹 국가대표 감독

-2018 제18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감독

-2018 대한체육회 공인 대한산악연맹 초대 국가대표 감독

-2017 대한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 청소년국가대표 감독

-2017 UIAA Cheongsong Ice Climbing worldcup(루트세터)

-2012 UIAA Ice Climbing Asian Championship(은메달·Speed)

2012 Yeongdong International Ice Climbing Competition(금메달·Speed)

전국체육대회 제93회(2위), 제91회(2위), 제89회(1위),제87회(2위), 제85회(3위)

-2004년, 2011년~2013년 국가대표 활동

-2019 제65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우수 지도자상

-2012 파키스탄 트랑고타워 자유등반 원정

-2010 네팔 히무룽봉(7,120m) 한국초등 원정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