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정부; 광주시를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이민철((사)광주마당 이사장)

행정안전부와 2019년부터 지역문제해결플랫폼 구축, 운영을 실험하고 있다. 민원, 청원하는 시민에서 문제 해결을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더불어 정보를 감추고 방어하는 공무원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하며 협업하는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민관이 함께 성숙해지고 문제해결역량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 플랫폼을 시작할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이었던 현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2017년 경 썼던 칼럼을 최근 읽었다. 그는 칼럼에서 ‘그렇다면 ‘플랫폼 정부(government as a platform)’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플랫폼 정부의 가장 큰 목적은 민간 주체가 정부에 의사를 전달하거나 협업을 통해 국정에 참여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정과제 수행에 있어 민간의 우수한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되고 그 혜택이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가 요체다.’라고 정의하고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정부 조직이 플랫폼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복합적으로 얽히고, 시민들의 욕구, 문제의식은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진다. 정치와 행정이 대의하고 대신 해결할 수 있는 한계가 갈수록 커진다. 전문성을 가진 시민들이 더 많아지고 이들의 문제 제기와 참여가 활발해진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시민들이 생활 곳곳에서 기업을 통해 플랫폼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와 시민사회의 다른 조직에도 플랫폼을 요구할 것이다.

아직 운영 초기긴 하지만 2019년 3월 개통한 광주시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 ‘바로소통’과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도 플랫폼을 논의하는 데 의미 있는 사례다. 현 단계의 협치(거버넌스)가 주로 행정과 시민단체, 이해 당사자 모임간의 구조라고 한다면, ‘바로소통’과 ‘시민권익위원회’는 시민 누구나 의제를 제안하고 원탁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존에 담당 공무원이 민원에 답변을 다는 방식에서, 제안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대안을 찾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시민권익위원회가 조례에 의해 설치 운영되고, 시장이 시민권익위원장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 힘을 싣고 있어서 가능한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실험하고 있는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바로소통’과는 조금 다른 구조다. 시민 개인은 물론이고 행정, 의회, 공공기관, 시민사회, 기업, 대학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의제를 제안하고 협업을 추진한다. 생활 속 작은 의제부터 규모 있는 의제까지 다양한데, 2019년 15개, 올해는 새롭게 24개의 의제가 협업으로 실행과정까지 진행되었다. 현재는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고, 시민사회와 의회가 운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자는 제안도 있다. 의회, 행정까지를 포함해 정부가 어떤 구조를 가질 때 문제해결플랫폼으로 성과 있게 작동할 수 있을지 연구와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최근 광주시가 2021년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청년정책관, 뉴딜 정책팀, 그린뉴딜 기획팀, 그린뉴딜 산업팀, 도시농업팀, 자전거팀 신설 등이 눈에 띈다. 국제적 압력과 국가적 요구,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편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편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의제가 많다. 어떤 의제를 전략 의제로 설정하고 조직을 구성할 것인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할 것인가? 플랫폼 정부를 만들어가는 데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광주시가 하나의 문제해결플랫폼이라고 가정한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협업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들 신설팀들은 협업을 지원하는 실무부서가 될 것이다. 의제의 설정, 이를 대응하기 위한 개방적 조직의 구성, 문제해결계획과 실행과정 모두를 시민참여, 시민 주도 협업으로 추진하는 모델을 광주가 선도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이번 일을 추진해보면 좋겠다. 시민의식, 시민참여역량, 협업과 협치의 경험, 행정역량 등을 감안할 때 광주가 플랫폼 정부의 모델을 만들 최적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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