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68) 악인의 최고전략
<제4화>기생 소백주 (68) 악인의 최고전략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지금 당장 정씨부인은 재빠르게 저 남편 홍수개의 악행을 저지할 반격의 묘수를 짜내야 했다. 아니 다시는 그런 악행을 궁리하지 못할 묘책 중 최상의 비책(&#31061;策)을 써야했다. 정씨부인은 집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일가친척 여자들 그리고 옹기장수 아내에게 시아버지 홍진사의 제사 음식을 부엌에서 마련하도록 하며 남편 홍수개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예의주시하며 세심하게 관찰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홍수개는 옹기장수 아내를 차지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정씨부인은 그것을 너무도 쉽게 감지해낼 수 있었다. 집안에서 독재자로 군림하는 홍수개는 정씨부인이나 아이들에 대하여 전혀 그 눈을 의식하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을 했기에 그것이 치명적인 방심(放心)이 되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인지조차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는 대로 순종만 해온 정씨부인이나 자신의 명령에 따라 쥐 죽은 듯이 복종만 하는 아이들은 그저 도저히 방해 요소가 될 수 없다고 홍수개는 쉽게 생각하고는 오로지 제 욕망을 채울 간교한 계략만을 은밀히 궁리하며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옹기장수 남편을 멀리 산 고개 너머로 따돌렸으니 최고의 장애요소를 손쉽게 해결했다고 생각한 홍수개는 거칠 것이 없었다. 마당에서 일가친척 남정네들과 돼지고기를 삶고 생선과 과일들을 손질하는 것을 바라보던 홍수개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흘리며 집안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자는 집 뒤 오두막집으로 가서 문고리를 걸어 잠그지 못하도록 긴 쇠꼬챙이를 동그란 문 쇠구멍에 끼워 돌려 살짝 비틀어 버렸다. 옹기장수 아내가 잠들어 있을 깊은 밤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침범하여 육중한 힘으로 사정없이 제압하고 강제로 욕심을 채울 생각이었던 것이다, 세상사 역사이래로 흉악한 악인의 최고전략은 무조건적인 침략과 잔인한 폭력과 살생이지 않은가! 건장한 사내가 연약한 여인을 제압할 때 구차하게 여러 달콤한 소리 엿가락 늘어지듯 추저분하게 늘어놓을 것 없이 그것이 어느 때나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홍수개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몸소 체득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개구리하고 여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니 재빨리 튀기 전에 밟아버려라!’ 하는 속된 세속의 시정잡배들의 소리를 철통같이 신조로 삼고 실천하며 살아온 홍수개였다.

홍수개가 집 뒤 오두막집으로 움직이자 그것을 정씨부인은 문틈으로 놓치지 않고 보았고 홍수개가 만면에 미소를 흘기며 나오자 정씨부인은 그 오두막집 방으로 들어가서 짐작대로 문고리를 걸어 채우는 쇠를 비틀어 고장 냈음을 확인하고는 홍수개의 비밀스런 흉계의 전모를 알아냈던 것이다.

정씨부인은 홍수개가 시끄러운 제삿날 밤인 오늘밤 행동 개시를 할 것을 확신했다.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예단은 성공한 모든 지략가(智略家)의 필수요소다. 그러나 그것을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했다. 철벽같은 방어와 빈틈없는 공격이 뒤따라야했다. 그리고 그것을 완벽하게 실행 할 수 있는, 그것을 한 치 오차도 없이 대담하게 실행할 능력 있고 재주 있는 인재(人才)가 필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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