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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1) 향기로운 여인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1) 향기로운 여인
<제4화>기생 소백주 (81) 향기로운 여인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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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필경 서방님께서는 이제 고향에 가시면 늙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자식들 때문에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온 날들이 지난 봄 화사하게 피어났다 시들어 버린 꽃들과 같이 추억이 되어버릴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오니 참으로 서러움이 밀려옵니다.”

소백주는 울컥 울먹이며 김선비의 빈 술잔에 술을 부어 채웠다.

“인생의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내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생각하건데 사람으로서 도리가 있다고 한다면 그 도리를 우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내 잠시 망각했다는 것을 느꼈던 것뿐입니다. 내 비록 사람의 도리를 찾아 먼 길 떠난다 한다지만 우리 사랑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서방님, 그 말씀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대를 내 품에 안고 살아온 지난 날 난 최초로 사람으로서 권력이나 지위나 돈에도 절대 걸리지 않는 인간의 참된 사랑을 알았던 것이지요. 자! 이별일랑 잊고 오늘밤 한잔 술잔을 기울입시다.”

“그래요. 서방님.”

김선비와 소백주는 이별에 대한 우울한 기분을 애써 털어버리려고 술잔을 부딪치며 술을 들었다.

김선비는 술잔을 비우고 나서 가슴에서 샘솟듯 솟아나는 시정(詩情)에 겨워 즉흥으로 시를 읊조렸다.

“지난 밤/ 쓸쓸한 귀향길/ 봄길 따라가다가/ 어여쁜 꽃향기에 취해/ 그 꽃 안고 잠 들었네./ 달게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그새 천지에 세 번이나 /매미가 울었다고 하네./ 나그네의 발길 돌려/ 길 떠나려하니 /꿈속에서 만난 임 얼굴 /눈앞을 가리네.”

고요히 가슴에서 끓는 정한(情恨)을 읊고 난 김선비는 채워진 술을 단숨에 삼키고는 눈을 감고 한 송이 수선화처럼 정한 자태로 시를 듣고 있는 소백주를 바라보았다. 언제보아도 항상 향기로운 여인 소백주, 웬만한 사나이보다도 더 큰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그 봄 동산 같은 푸른 생명 자라 오르는 따뜻한 마음의 단정한 뜰을 김선비는 호젓이 걷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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