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시대의 발전에 따라 모양이나 형질의 변모가 거듭되고 있으나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필수품이다.
인간이 생산물의 자기소비나 물물교환으로 욕망을 충족시킨 자연경제의 시대는 교환의 매매수단인 화폐의 발생은 볼 수 없었다. 생산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물물교환이 빈번해지고 이에 따른 불편을 덜기 위해 화폐가 교환수단으로서 이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사회에서 유통성이 가장 크고 다른 재화보다 앞서 누구에게나 기꺼이 수수될 수 있는 특정의 재화가 화폐로 선택됐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초기에는 조가비와 가축, 소금 등이 사용됐다. 이같은 화폐를 물품화폐라 부른다.
화폐는 물품화폐에서 금과 은, 동의 금속화폐를 거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명목화폐·신용화폐로 발전했는데 화폐의 본질관도 그러한 발전에 따라 변해왔다. 즉, 물품화폐 또는 금속화폐는 화폐가 다른 상품과 교환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소재가치를 지닌 상품이어야 한다. 이같이 화폐의 본질을 일반적 가치척도로서의 기능에서 구한 반면 명목주의에서는 소재가치의 상품성에 의한 일반가치척도 기능을 부정하고 화폐의 본질을 추상적 기능 즉 일반적 교환 내지 유통수단에서 찾는다.
이처럼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화폐의 본질로 삼고 있는 명목화폐가 화폐발전의 종착역인가. 답은 ‘NO’다.
왜냐하면, 우선 명목화폐는 우리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 1만원권은 지난 73년에 등장해 지금까지 최고액 화폐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394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천900달러로 22.6배 증가했다. 그동안 물가수준도 20배이상 높아졌다. 이처럼 경제규모는 커졌으나 화폐단위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 차이를 자기앞수표가 채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발행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간 화폐 제조 비용은 98년 680억원, 99년 858억원, 2000년 1천77억원, 지난해 1천97억원 등에 이어 올들어 7월까지 548억원이 각각 들어가 3년째 1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수표도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행한 10만원권 수표는 12억 8천만장에 달해 은행의 관리비 등을 감안할 때 약 1조원대의 발행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으로 위조화폐 문제다. 스캐너와 컬러프린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한 위조화폐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위조지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의 증가추세를 보였다는 한국은행 통계가 나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처럼 산업사회의 명목화폐가 정보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또 한번의 화폐변천을 요구받고 있고 그 대안이 바로 전자화폐이다. 전자화폐는 정보화사회에서 현금을 대신할 새로운 개념의 화폐이다. 동전이나 지폐는 부피나 무게가 크므로 사용이 불편하다. 따라서 정보화사회가 발달하면서 전자화폐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전자화폐가 갖추어야 할 특성에는 첫째, 휴대가 간편해야 한다. 둘째, 누가 어떤 상점에서 무엇을 샀는지를 제3자가 알 수 없어야 한다. 셋째, 위조가 어려워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화폐는 화폐적 가치가 어떻게 저장되었는가에 따라서 IC카드형과 네트워크형으로 나뉜다. IC카드형 전자화폐는 전자지갑형 전자화폐라고 하는데 IC카드에 전자적 방법으로 은행예금의 일부를 옮겨 단말기 등으로 현금처럼 지급하는 것이다.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가상은행이나 인터넷과 연결된 고객의 컴퓨터에 저장한다. 종류에는 사이버동전(cybercoin)과 사이버현금(ecash)가 있다.
이같은 전자화폐의 출현은 은행의 일상적 대고객업무-입출금, 각종 공과금 수납, 송금 등-의 획기적 감소를 통해 핵심업무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어 은행의 경쟁력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이용고객에게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은행과 고객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보화사회의 전자화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신성수·농협 전남지역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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