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3) 순정한 사랑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3) 순정한 사랑
<제4화>기생 소백주 (83) 순정한 사랑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83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서로 이름자도 모르고 만나 나누는 하룻밤 풋사랑 인연도 잊지 못할 것이라면 잊지 못할 것인데 삼년이나 한 솥밥을 먹으며 한 이불 덮고 맨살을 섞어 부비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서방님!........”

소백주는 김선비의 품에 안겨 다가올 이별에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토했다. 사람이 가더라도 아주 죽어 가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면 서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었지만 소백주는 이번에 아주 김선비를 보내버릴 작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 김선비의 고향 상주 땅에 어엿한 아내가 있고 또 자식들이 있으니 이렇게 저만 좋다하고 사내를 막무가내로 붙잡아 두는 것은 또 아니 될 일이었다. 언제고 김선비가 떠날 것을 알고 있었던 소백주는 이제 그날이 다가왔음을 마음속으로 확인하며 그것을 준비해온 마음의 슬픔을 스스로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별 앞에서 마냥 슬퍼만 할 것이 아니었다. 멀리 길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달래주어야 했다. 소백주는 묻었던 얼굴을 들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 그동안 저와의 인연이 아름다웠다고 한다면 또 서방님이 가시는 길 앞에 아름다운 일이 있을 것입니다. 기분 풀고, 자! 한잔 하셔야지요.”

밝게 웃는 소백주의 얼굴에 퍼진 미소를 보고 김선비도 무거워진 마음이 풀리는 듯 환히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인연생(因緣生) 인연멸(因緣滅)!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항상 있는 세상의 일이거늘, 어찌 세상의 일 바깥에서 살자고 한 사람들이 궂은 눈물을 보여서야 되겠습니까! 내 그대와 살면서 늘 스쳐지나가는 저 바람소리와 뒤울안의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의 일 바깥에서 사는 즐거움을 비로소 깨달아 알았습니다. 조선 최고의 여인 소백주여! 그대는 이미 바람과 개울의 만남과 이별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내 저 바람이나 개울물처럼 정처 없이 흘러가려하니 그저 놓아두고 보시기 바랍니다.”

“서방님, 가는 바람과 오는 개울이 만나 이곳에서 잠시 빚어지는 저 소리를 우리 함께 들으며 살았지 않았나요. 저 바람은 개울의 몸의 흐름을 알고 이 개울은 바람의 가는 사연일랑 묻지 않음을 알지요. 이 가을 싸늘한 바람 부는 사연 또한 묻지 않고 도란거리나니 우리도 이 밤 저 바람소리 물소리와 함께 빈 마음으로 도란거려요. 마음조차도 텅 비어야 소리가 난다고 하잖아요. 서방님, 먼 바다로 가서 다시 못 오더라도 먼 허공에 흩어져서 다시 못 오더라도 그 깊은 가슴속엔 이 사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쉴 거니까요.”

김선비와 소백주는 서로의 깊은 눈을 응시하며 술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술잔을 내동이치고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둘은 하나가 되어 깊은 입맞춤을 했다. 뜨거운 혀와 혀가 만나 서로를 깊이 탐닉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음속에 있는 순정한 사랑의 또 다른 형상이었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헤어짐 앞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축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