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세계기상의 날과 근대기상의 시작
박광석(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봄이다. 유난히 폭설이 잦고 추웠던 겨울을 보내서일까, 봄이 오는 소리마저도 반갑다. 한 가지 더, 기상청에게 봄은 특별한 계절이다. ‘세계기상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3월 23일은 61주년 ‘기상의 날’이다. 세계기상기구(WMO) 발족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정된 기념일(1960.3.23.)로 매년 중요 메시지를 정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기상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주제는 ‘해양, 우리의 기후와 날씨(The Ocean, Our Climate and Weather)’이다. 날씨는 해양의 영향을 배제하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날씨는 해양과 대기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며, 매일의 날씨는 다시 지구의 기후를 만들어가고 있다.

날씨는 해양과 대기 간의 수직적인 흐름과 함께 지구 전체적인 수평적 흐름으로 나타난다. 어제 중국 내륙에 있던 비구름과 황사가 오늘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오늘 일본 남쪽 해상의 태풍이 내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상예측을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의 기상자료는 우리나라의 기상을 예측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가깝게는 주변국이겠지만, 대기의 흐름이 지구 전체를 순환한다고 고려하면 한반도 주변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기상자료의 가치 또한 더욱 커진다. 이렇듯 기상 현상은 국경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세계기상기구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세계기상의 날이 제정되기 전인 1956년에 68번째로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했다.

그럼 근대적인 기상업무도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한 1950년대부터 시작했을까? 기상은 이보다 훨씬 역사가 깊다. 과거 사료들을 찾아보면 1800년대 후반 해양업무를 관장하던 조선 해관에서 기상업무를 일부 수행하였으나, 지금과 같이 근대적인 관측장비를 가지고 기상업무를 수행한 것은 1900년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인천, 부산, 목포 등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기상업무가 시작되었으며, 호남지역에서는 1904년에 현재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옥도’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기상청에서는 옥도의 이러한 호남지역 근대기상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2014년 신안군과 협력하여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7년에는 지역민들을 모시고 근대기상관측지점을 알리는 표지석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옥도에서 관측된 기상자료는 아직까지 남아 그때의 기상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100년이 넘는 기상역사가 단순한 자료로써 의미만을 넘어서 또 한 세기를 위한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

기후위기라는 큰 숙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긴밀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올해 1월 28일, 기상청장은 세계기상기구의 집행이사로 당선되어 2007년부터의 집행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으며, 2023년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탄소배출 감소 등 기후변화 측면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기상·기후 분야의 기술공여국으로서 역할을 인정받아 국제사회에 대한 위상과 신뢰가 높아진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국제적 협력의 주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변국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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