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둘러보기 (5)행동하는 모계문화
페미니즘 문화·지식 기반 인류 위기 극복 제안
한국 전통신화·첨단기술 등
작품 소재 활용 설치작품 전시
제주 해녀들 쉼터 작품화 눈길
펜데믹 등 인류 위협 대안 제시
기술의 인간 자유 침해 고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작품도

비엔날레 전시관의 마지막 갤러리인 5전시실에는 여성적 지혜가 축적해 온 모계사회의 문화와 지식을 펼쳐보인다. 제주 해녀 쉼터를 모티브로 한 펨케 헤레그라벤의 작품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새 스무마리’.

비엔날레 전시관의 마지막 갤러리인 5전시실에는 여성적 지혜가 축적해 온 모계사회의 문화와 지식을 펼쳐보인다. 페메 헤레그라벤, 린 허쉬만 리슨, 릴리안 린, 비비안 린, 안젤라 멜리토풀로스 등 5명의 작가는 한국 전통 신화에서부터 세계의 역사와 기술에 이르는 영역을 넘나들며 모계문화를 다룬다.

5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은 한국 전통 신화에 자주 등장했던 용태부인을 표현한 역사적 그림을 비롯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의 토지권 분쟁, 모계사회의 토지 등을 다룬 영화 등을 통해 ‘반체제적 여신들’의 베일을 벗기는 현장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비안 린의 작품 ‘카리아티드(여상기둥).

전시실에 들어서면 비비안 린의 작품 ‘카리아티드(여상기둥)’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품 제목 ‘카리아티드’는 고전기 이전 그리스 제사의식에서 경배된 호두나무 여신 카리아를 숭배하던 역사의식에서 비롯됐다. 사람 머리카락으로 덮여 독립적으로 서 있는 원통 형태의 이 작품은 전시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맞닿아 있다. 여성의 머리카락과 피부치료를 위한 약품 사용, 태평양 여성들이 만드는 의식용 나무껍질 천인 ‘타파’를 손상시켜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1986년 호주 웰링턴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을 통해 개념주의 미술을 페미니즘적으로 해체하고 모더니즘에 내재된 가부장적 편견을 비판했다.

‘카리아티드’ 뒷쪽 벽면에는 비비안 린의 또다른 작품 ‘스핀 : 베르소르 베르사리’ 작품이 보인다. 작가 자신의 뇌를 촬영한 9장의 MRI 확대사진 시리즈다. 작품은 내면의 공간들을 반영해 개인의 이성과 감정에 대립하는 지성(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의 행위에 따라 정체성이 떠오르고 쇠퇴하며 흐르고 변이하는, 이러한 세계속 정신-자아의 육체, 내장, 신경, 에로스를 지향한다”는 작가의 신념과 닿아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펨케 헤레그라벤의 작품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새 스무마리’가 있다. 원형의 나무울타리 안 탁자에 조각상들이 진열돼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제주도 해녀 쉼터를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에서 펜데믹 같은 전 지구적 재앙 시대에 물의 목소리와 수상 공유지를 ‘종말의 담론’의 대안으로 탐색한다. 작품은 해녀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내쉬는 고음의 휘파람 소리인 숨비소리의 생생한 사운드 아카이브를 활용해 제주도의 해녀 쉼터인 수상 공유지를 간접 경험토록 한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선 릴리안 린의 ‘전기 신부’와 ‘중력의 춤’을 만날 수 있다. 1989년 제작된 ‘전기 신부’는 닭털로 감싼 가공 운모와 수제 유리로 만들어진 대형 조각 작품이다. 100볼트 전류가 연결된 금속 철창에 갇힌 이 신부는 일본 가수 시라이 다카코가 속삭였던 시를 읊조린다. 또 캄캄한 어둠 속에서 흰색의 선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중력의 춤’ 작품은 최고조로 회전하는 치마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회전은 물질과 정신을 움직이는 우주의 힘을 다루고 있다.

린휘쉬만 리슨 작 ‘뒤틀린 중력’
린휘쉬만 리슨 작 ‘뒤틀린 중력’

린휘쉬만 리슨의 ‘뒤틀린 중력’은 예술가이자 영화제작자인 작가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과 협업한 설치작품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미세 플라스틱 분해하도록 설치된 미생물 뿐만아니라 물 속의 박테리아, 기생물, 바이러스를 전기로만 정수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작품은 공기와 물, 전류를 이용해 물질이 모습을 바꾸고 사라지는 것에서 물이 상징하는 생명의 연약한 본성을 강조한다. 또 개인에게 침투하고 연결되는 기술이 인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이 침해할 수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샤머니즘박물관 소장 ‘별상마마’

5전시실에는 가회민화박물관과 샤머니즘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민화와 무신도 등도 전시돼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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