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이 났다. 16일간 부산 일원을 뜨겁게 달궜던 2002 아시안게임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여운은 진하게 남았다.
사상 최초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전체 44개 회원국이 참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이번 제전은 7천만 한민족의 위대한 힘을 과시한 무대였다.
지구촌 유일한 분단의 땅, 한반도에서 북한이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 종합대회에 전격적으로 처음 참가한다는 사실 부터가 국제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민족 화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 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대회의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었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의 개회식 동시 입장과 공동 성화 점화, 북한의 미녀 응원단, 그리고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한 남녀 마라톤의 동반 우승 등은 민간 교류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더불어 북한 인공기가 부산 시내에 내걸리고, 북한 국가가 울려퍼진 것은 일반 시민들의 이념적 적대와 거부감 ‘레드 컴플렉스’를 적잖이 털어냈다. 반세기 분단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손에 손을 마주잡고 통일에의 희망과 의지를 키웠다.
대회 기간 경기장 안에서, 경기장 밖에서 남북은 사실상 하나였다. 월드컵 4강 신화에 어느때보다 한껏 고무된 한반도, 선수들은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뛰었고, 남북한의 자발적인 공동 응원단은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선수 잘한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우리는 하나’, ‘조국 통일’.
북한 미녀 응원단은 빼어난 용모에 단정한 태도, 화려한 율동 등으로 최고의 스타로 자리잡았다.‘북녀(北女) 신드롬’을 일으켰고, 팬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비인기 종목의 입장권 매진 등 이번 대회 흥행몰이에도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다.
또 이들이 타고온 대형 화객선 만경봉-92호가 정박한 부산 다대포항은 최고의 관광명소이자 초·중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의 살아있는‘통일교육의 장’으로 떠올랐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15일 오후 석별의 아쉬움속에 평양으로 돌아갔다.
‘하나됨’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남북은 이제 부산의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4년 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다음 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그날을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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