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우물물은 퍼내야 새 물이 나온다

문민용(전 광주제일교회 목사)

이스라엘의 갈릴리 바다와 사해 바다를 보자. 사해는 흘러 받기만 할 뿐 아무 곳으로도 내어놓지 않고 받은 것을 움켜쥐고만 있다. 그 결과 아무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죽음의 바다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만큼 다시 내어놓는 갈릴리 바다는 풍부한 어족들이 살고 척박한 이스라엘의 젖줄이 되고 있다.

받기만 하는 곳과 주는 곳의 결과는 생명과 죽음의 차이가 있다. 사람의 삶은 받는 단계, 소유하는 단계, 주는 단계가 있다. 물질이나 지식, 권력 등을 받았으면 소유하는 것보다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하는 것이 마땅한데 과도하게 자신의 것에 집착하여 아끼는 것은 반칙이고 불법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나누는 방향으로 바꿀 때이다. 머크 제약회사가 2차 대전 후 일본에 회사를 설립하고 국민의 질병을 퇴치하고 국민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모토를 사훈으로 하였다. 전쟁 후 결핵병이 만연할 때 스트랩토 마이신라는 특효약을 발명하였으나 일본은 돈이 없어 약을 못샀고 각국에서도 도움을 안 주는 형편이었다.

이때 머크회사는 손실을 감수하고 무상으로 약을 공급하였다. 의약품은 이익보다는 사람 살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머크의 생각 때문이었다.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머크는 고마운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몇 번의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 일본에서 가장 큰 제약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한국기업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라고 하는데 머크회사는 300년이 넘는 기업수명으로 건재하다.

사막을 횡단하는 아라비아 상인이 어느 날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그건 사막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상인들이 이 지름길로 다니지 않는 것은 오아시스가 없어서였다. 상인은 너무 기뻤다. 그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사막을 횡단하면 하루 이틀쯤은 단축될 것이 분명했다. 그 뒤부터 상인은 그 지름길로만 다녔다. 역시 시간은 많이 단축되었다. 그런데 그 상인은 이 사실을 다른 상인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상인들이 이 길을 이용하면 오아시스가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어느 날 상인은 오아시스 곁에 서 있는 야자수를 보았다.

“야자수 때문에 다른 상인이 이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큰일이지. 이 야자수는 귀한 오아시스 물을 먹고 있잖아. 어쩌면 야자수가 오아시스의 물을 다 먹어 버릴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한 상인은 야자수를 잘라버렸다. 며칠 후 장사를 끝내고 돌아오던 상인은 그곳에 이르렀다가 깜짝 놀랐다. 오아시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다만 그 자리에 오아시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웅변이라도 하듯 바짝 말라버린 야자수가 덩그렇게 놓여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음식과 일하기 위해 먹는 음식은 혼자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잔치 음식은 혼자 먹으면 안 된다. 잔치 음식은 나누어 먹을수록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다. 음식 중에 최고의 음식은 잔치 음식이다. 잔칫집에는 음식이 반드시 있다. 나누어 먹기 때문에 더 맛이 나는 것이다. 밥맛이 없는 이유는 독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삶의 맛도 혼자 소유하는 것보다 공동으로 나누어 먹을 때 생긴다.

돼지가 암소를 만나 불평을 털어놓았다.

“나는 죽어서 사람들에게 햄과 베이컨을 제공하고 심지어 발까지 족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잖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나를 싫어하고 너만 좋아하지?”

암소가 말했다. “너는 죽어서 유익한 것을 제공하지만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 우유를 준단다.”

내게 있는 것들을 살아있을 때 나누자. 내 자신에게는 조금 구두쇠가 되고 이웃에게는 풍성한 사람이 되어보자. 홍적기 시대라고 불리는 때에 메가케로스라는 크고도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사슴이 있었다. 메가케로스의 뿔은 다른 어떤 짐승보다도 뛰어났다. 그러나 커지고 또 커지던 뿔은 너무 무거워져서 사슴이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게까지 되었다. 그렇게 메가케로스는 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모두가 죽어서 멸절되어 버렸다. 나눔이 없는 인생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자체의 중압감 때문에 결국 붕괴되고 만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이익보다는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 따뜻함이 필요한 시절이다. 어려워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작은 것부터 나누고 사랑하면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과 상처들을 넉넉히 이겨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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