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는 기술향상으로 생산성이 증가하고 중국이 거대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공급능력이 크게 늘어났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이에 미치지 못해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공급능력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수요자(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하게 되고 공급자(생산자)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요에 비해 공급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그렇기 때문에 공급자가 가격 등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공급자 우위의 경제였으나 점차 수요자 우위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제조업뿐 아니라 교육, 건설, 금융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수용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입시지옥을 겪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학들이 우수학생 유치에 고심하고 있고 학생을 유치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하는 학교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주택분양도 지금은 선계약, 후시공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주택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는 완공후 분양하는 방식이 보편화 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문턱도 낮아졌다. 과거에는 대출을 받으려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기관의 유휴자금이 급증하면서 대출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요자 우위의 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경쟁심화에 따른 기업체 도산, 실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소비자는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공급자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일류제품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욕구를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권윤중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부본부장>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