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이 전액 잠식된 신협 191개(9월말 기준)의 1차 정리대상 중 115개를 퇴출시켰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영업정지로 신협의 주 이용고객인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예금인출가능시점까지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올 상반기 중 전체 신협의 42%에 달하는 522개가 적자를 내고 있고 최근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2004년부터 신협 예탁금과 출자금이 예금자 보호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여 이를 앞두고 또 한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그동안 신협은 조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높은 이자로 자금을 유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용도를 따지기 보다는 조합원의 복리증진이라는 명분으로 대출이 이루어지는 비정상적인 영업을 해왔다. 또한 정부가 신협부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합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구조조정을 미뤄오면서 부실을 키워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어찌됐든 이번 부실신협의 대규모 퇴출은 퇴출차원을 넘어서 금융기관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번 신협구조조정에도 어김없이 2조4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16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구조조정을 진행시켜 왔다. 내년도 예산이 111조원으로 국민 1인당 300만원이상의 세금을 내야한다고 할 때 16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내야할 세금을 생각해 보았는가. 사실 우리 국민은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으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리 개개인은 물가상승을 감내하거나 세금을 더 내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 호주머니에서 부담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실제 선진외국의 금융 소비자들은 우리 금융소비자들처럼 금리를 따져보고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기관을 찾아 거래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금융기관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외 공신력 획득을 위한 스스로의 구조조정에 자발적으로 착수하게 되면서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지게 되고 부실화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금융기관의 경쟁력 증대를 소비자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참고로 농협은 이번에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로부터 시중은행 중 최고수준인 BBB+신용등급을 획득해 외국계기업으로부터 거래개설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부실신협퇴출은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기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내 호주머니를 지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아는 경제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성수 농협전남지역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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