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5천억 과징금 부과 예고, 여수광양항 업계 ‘반발’

해운법 따른 정당 공동행위…해운법·국제법 위반 아냐

공정위 “결정된 바 없어…전체회의서 최종 결정할 것”

여수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전경./남도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동남아 컨테이너 정기노선을 운영 중인 선사가 운송료 담합을 했다며 국내 12개 선사에 대해 5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중·한일 노선에 대한 추가조사도 이뤄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2조 원이 넘는 과징금이 국내 선사에 부과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예상대로 이 같은 금액의 과징금이 결정된다면 우리나라 해운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 선사뿐만 아니라 해운항만업계가 나서 공정위에 과징금 부과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국내 2위 항만인 여수광양항만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사)여수·광양권 해양협회 ▲(사)여수광양항발전협의회 ▲여수항 도선사회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여수지부 공동배정사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협의회 등 여수·광양항 주요 업계는 7일 공동 성명을 내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남도일보는 여수광양항 해운업계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또 과징금 부과로 인해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이 예상되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업계 “과징금은 해운법 오해서 비롯”

이들 단체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것 자체가 해운법을 잘못 이해해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예고하면서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공정위의 인가를 받지 않았고, 해운법이 정한 절차에도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업계에선 공동행위가 국제법이나 국내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컨테이너 정기선 운임공동행위는 약 50년 이상을 국제법에 근거해 시행돼 오고 있는 해운규범”이라며 “우리나라도 해운법에서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운임 등 공동행위는 해운산업이 극심한 불황에서도 국제 무역운송을 책임진 바다의 철도로써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허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해운법에 근거한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합법적이며, 해양수산부가 이를 감독하고 있다”면서 “공정위는 해운산업의 국제적·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해운기업들의 목소리를 살펴 보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운산업이 구멍가게도 아닌데 국제법이나 국내법의 근거도 없이 공동행위를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더 나아가 외국 정부의 한국선사에 대한 보복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공정위가 외국선사 11곳에 업계 추산 3천여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선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선사에 대한 보복조치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법으로 허용되는 공동행위를 한국정부가 국내법으로 제재 할 경우 해당선사의 외국 정부들도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한국의 제재로 피해를 본 외국의 화주들이 한국선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사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사 경영난’ 여수광양항에 직격탄 우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에 대해 여수·광양해양권협회 등 5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공정위가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해운선사들의 파산은 물론 항만노동자와 선원 각종 부대 산업의 동시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제2의 컨테이너 항만인 여수·광양항의 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선박이 운항하는 과정은 선원, 하역노동자, 대리점, 예선, 도선, 화물차주, 선박수리업, 선용품, 급유, 줄잡이, 검수검정, 고박 등 많은 노동자들이 종사하며 상호 보완하면서 이뤄진다.

협회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선사들이 경영난을 겪는다면 항로를 축소하거나 최악의 경우 과징금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 선사들은 파산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협회는 “제2의 컨테이너 항만이자 서남해권 무역 관문인 여수·광양항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수많은 항만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함은 물론 결국에는 여수·광양권의 경제 붕괴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다시 말해 과징금 부과가 선사들의 경영난으로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운산업에 기대어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항만 부대사업자들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 정부의 해운재건 정책에도 역행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개최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식’에서 “세계 선도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후속 조치로 선박 추가 확보를 위한 3조원의 자금지원 등 해운산업 재건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때 위기에 직면했던 우리의 해운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경영 안정을 통해 매출액이 증가해 해운강국으로의 부활을 보여주고 있다”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관된 추진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기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법 적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위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보고서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경영여건이 열악한 대부분의 국적 중소·중견 컨테이너 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하거나, 선박 등 필수자산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은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지나 반등하고 있는 국가 경제와 수출입 물류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국제 해운시장은 해운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강대국 선사들을 중심으로 약육강식의 독점적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진해운 파산이후 수년의 노력 끝에 이제 겨우 회생의 단초를 찾아가고 있는 한국의 해운산업이 공정위의 제재라는 복병을 만나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해운항만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국가 수출입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위 “결정된 바 없어…전체회의 결정”

반면 공정위는 알려진 5천억 규모의 과징금 부과 예고에 대해 확정된 금액이 아니며 과징금 부과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여전히 조사 중인 사안임을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한중·한일 정기항로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으며, 과징금 부과 결정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는 점은 확인해줬다.

이에 대해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 해운의 상징이었던 한진해운이 파산해 여수·광양항이 거의 아사 직전까지 갔던 것이 불과 4년 전의 일”이라며 “아직도 여파가 남아 항만산업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인데 기업을 도와줘야 할 정부가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것을 어떻게 이해 할 수 있겠는가?”며 반문했다.

더 나아가 “옳고 그름을 떠너 5천억 원이든 2조 원이든 업계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며, 공정위가 과징금을 철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수·광양권 해양산업계 공동성명서(전문)



여수·광양항 해양산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방침을 철회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적컨테이너 선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즉각 철회 할 것을 촉구한다 !

공정위는 2008년부터 계속되어온 해운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국적컨테이너 선사들에게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려 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선원, 하역근로자, 대리점, 예선, 도선, 화물차주, 선박수리업, 선용품, 급유, 줄잡이, 검수검정, 고박 등 각종 항만부대산업이 상호 보완하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생계를 걸고 있는 중추적인 산업이다.

공정위가 국적컨테이너 선사들에게 감당 할 수 없는 과징금을 부과 할 경우 해운선사들의 파산을 초래함과 아울러 항만근로자와 선원, 그리고 각종 부대산업의 동시 파멸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제2의 컨테이너 항만인 여수·광양항의 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4년전에 정부의 오판으로 국내 1위, 세계 5위의 한진해운을 파산시킴으로써 해운산업이 붕괴되고 항만과 각종 부대산업이 파산하고 대량실직사태로 이어지는 등 극심한 혼란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망가진 해운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의 해운산업살리기에 역행하는 조치를 즉각 철회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제 겨우 생존의 희망을 보이고 있는 해운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해운과 항만에 생계를 걸고 있는 여수?광양항의 산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방침을 즉각 철회 할 것을 강력히 촉구 한다.



2021. 7. 7



(사)여수·광양권 해양협회 회원 일동, (사)여수광양항발전협의회, 여수항 도선사회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여수지부 공동배정사,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협의회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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