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훈 (경제부 부장대우)

 

전남지역 조선업계가 멀리 내다보지 못했던 모순의 부조화를 겪고 있다.

조선업은 높은 생산, 고용, 수출 등으로 국가 고도경제성장을 주도했고, 국민경제의 큰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6~2008년 기록적인 수주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삼호중공업을 비롯해 대형 조선소를 갖고 있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 인근 목포지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왔다. 유흥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조금 부풀려서 말 그대로 돈이 넘쳐났다.

하지만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유가하락 등 세계적 경기 불황으로 조선업은 침체기에 들어갔다. 직격탄을 맞은 중소 조선소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숙련된 인력들이 대거 다른 곳을 떠났다. 급기야 조선업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고용유지지원금, 재취업훈련비, 체불임금 지원 등 각종 지원이 이뤄졌다. 사실상 인공호흡기로 연명했다.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조선업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발주량 61%를 수주했다. 13년 만에 달성한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물량은 늘어났는 데 인력이 없어서 애를 먹는다. 특히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

조선업 침체기 당시 구조조정 수단으로 전문인력, 숙련기술자 등을 설비와 함께 쉽게 처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다. 최근 대불산단 내 업체등에 따르면 산단 내 가동 중인 협력 업체는 300여곳에 달한다. 신규 수주 물량을 소화하려면 대략 1천 600여명의 근로자가 더 필요하지만 구할 길이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사인 A업체는 80명 정도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절반 뿐이다.

어려운 시기에 인력재교육, 일자리 나누기 및 임금 나누기를 통해 일손을 유지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목포상의 관계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힘들다며 조선업을 기피한다. 대체 인력은 외국인 뿐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주 52시간도 문제다.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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