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상무-편집·정치데스크)

 

“제가 진심으로 잘 준비하셔서 대선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그 때 말씀드린 이유는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어요. 단 한 번도. 김대중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죠. 충청하고 손을 잡았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때 당시에 보니까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매우 골고루 득표, 지지를 받고 계셔서 아, 이 분이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는 이 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어요”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7월 30일 경기도를 방문한 이낙연 당 대표 후보에게 했다고 밝힌 발언 요지다.

1년 가량 지난 현재 이른바 ‘백제발언’이 민주당 대선 본선 과정에서 ‘지역주의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진실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본 경선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충돌수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지사의 ‘백제발언’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지사와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대표의 갈등이 영호남 지역감정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여기에 정세균 전 총리(전북 진안 출신)와 김두관 의원(경남 남해 출신) 등 다른 대선 주자들도 가세하면서 대선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 지사는 지난 25일 광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면서 “지역 이야길 한 적이 없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이라는 것은 대상이나 방식은 무제한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허위 왜곡에 의한 음해·흑색선전이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낙연·정세균 후보는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 앞뒤를 보니 그런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이건 ‘군필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이기는 카드가 무엇인지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국민화합에 힘쓸 때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이라며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 측인 이병훈 의원도 “국민 마음속에 게토(Ghetto)를 만드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나치독일이 유대인을 게토 수용구역에 몰아넣고 차별과 혐오, 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도 “백제라니. 지금이 삼국시대인가.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며 정치력 확장력을 출신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고 가세했다.

지역주의 조장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백제발언’이 들불처럼 번지자 송영길 대표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송 대표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며 “모두 함께 원팀 정신으로 가자”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백제발언 갈등’에다 ‘적통 논란’과 ‘노무현 탄핵 표결 공방’ 등 네거티브가 과열되자 후보들 간 선의의 경쟁을 다지는 이른바 ‘신사협약식’을 28일 체결할 예정이다.

이낙연 전 대표도 27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만한 어떠한 언동도 하지 않는 게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혀 ‘백제발언’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백제발언 갈등’ 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 지지 세력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일부 정치인들은 ‘호남 후보 불패론’, ‘영남 후보 필승론’ 등 망국적 발언을 일삼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선 과정에서 경계 대상 1호는 지역주의 조장이다. 승패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을 뿌리째 흔드는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 날 경우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지역주의 조장성 발언을 한 후보는 경선부터 걸러내야 한다. 대선 본선에서는 반드시 표로 응징해야 한다. 우리 유권자들은 이를 보여줄 정치적 식견과 안목을 갖고 있다.

유권자들은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정책과 인물 검증 대신 볼썽사나운 공방과 근거없는 네거티브 전략에 목숨거는 후보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한 선수 선발과 체계적인 훈련, 한국형 핀셋 지원 등 3박자가 어우러져 도쿄올림픽에서도 ‘세계 최강’을 다시 입증한 우리 남녀 양궁 대표팀을 민주당과 승천(昇天)을 꿈꾸는 6룡(龍)들은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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