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상무-편집·정치데스크)

여의주(如意珠·용의 턱 아래에 있는 영묘한 구슬)를 물고 하늘로 날아오를 이무기가 보이지 않는다. 설령 용(대통령)이 되어 승천(昇天)하더라도 다시 이무기로 변하지 않을까 두렵다. 내년 제20대 대선이 채 2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민초(民草·일반국민)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맞장구를 칠 수도, 치지 않을 수도 없다. 내년 대권 잠룡(潛龍·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들의 행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무기 한 마리에겐 반드시 여의주를 물려줘야 한다. 민초는 묻는다. 어떤 이무기에게 여의주를 달아줘야 하느냐고…. 난감하다. 그냥 찾아보라고 한다. 나도 아직은 찾는 중이라는 단서를 단다. 가까운 민초일수록 궁색한 변명처럼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대다수 여야 잠룡들은 수면위로 떠올라 여의주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민초와 하늘이 여의주를 내어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민초나 하늘은 안중에도 없다.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면서 난장판이다. 명분도 약하고 실리도 없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역병(疫病)에 고통받는 민초들을 더욱 더 짜증나게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1차 등용문(登龍門·입신출세의 관문)을 통과한 6 잠룡들부터 가관이다. 당내 대권 후보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대표적이다. 오죽했으면 ‘명낙대전’이라고 했을까… 김두관·정세균·박용진·추미애(이상 無順) 등 4명의 잠룡들도 편을 갈라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 잠룡들은 이른바 ‘백제 발언’·‘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반’ 논란 등으로 가열된 ‘명낙대전’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달 28일 원팀 협약식을 갖고 네거티브 공방 자제와 정책경쟁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공약이행률과 도지사 사퇴론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이들은 지금까지 4차례 TV토론을 벌였으나 민초의 삶을 살찌울 공약이나 정책 대결 보단 여전히 상대 비방전에 치우치면서 피로감을 더해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은 9월 4일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10월 10일 서울에서 끝나는 전국 순회경선이란 2차 등용문을 거쳐 최종 등용문에 들어갈 1명의 주자가 가려진다. 특히 민주당 심장부인 9월 25일 광주·전남 경선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 6 잠룡들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장성민·황교안·최재형·박진·김태호·홍준표·유승민·윤희숙·장기표·안상수·원희룡·하태경(이상 無順) 등 13 잠룡들도 집안싸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직 1차 등용문을 통과할 주자가 가려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간 갈등, 원희룡 후보와 ‘녹취록’ 진실 공방,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토론회 월권 논란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결국 이 대표가 지난 23일 당내 분란 상황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민초를 실망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잠룡들은 9월 15일(8 잠룡 선정)과 10월 8일(4 잠룡 선정) 1차와 2차 등용문을 거쳐 11월 10일 이전에 최종 등용문에 들어설 1명의 주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와 심상정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잠룡들도 승천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는 지난 18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선되면 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결혼하면 1억원과 주택자금 2억원, 출산하면 5천만원을 주겠다고도 했다. 자다가 소도 웃을 말이다. 하지만 이날 공약은 잠시나마 웃음을 선사했다. 그 만큼 민초의 삶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분명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 장기화, 지방소멸 위기, 중소도시까지 번진 부동산 문제, 부족한 청년 일자리, 빈부격차 등 민초의 고충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초의 눈물을 닦아줄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대권 잠룡들은 여야를 떠나 코로나로 지친 민초를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조사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고 민초에게 희망을 주고 실현 가능한 정책과 비전을 먼저 내놔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