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영호남 지지 받아 뒤집기 노리는 이낙연 전 대표의 배수진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초반 2연승을 거두며 ‘대세론’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PK)지역의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민주당 소속 부산지역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66명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선언이 PK의 독특한 기류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이날 지지선언에 참여한 광역의원 20명·기초의원 46명은 부산 민주당 소속 전체 광역의원(39명)·기초의원(88명) 과반을 차지한다. 당 조직에서 이 전 대표가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은 있었지만, 광역·기초의원 과반이 넘는 지지를 이끌어낸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부산과 충북 뿐이다.

최근 PK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뢰로 지난달 6~7일, 13~14일, 20~21일, 27~28일 실시한 4차례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전국 단위에서는 이 지사가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이 전 대표를 앞섰다. 반면 PK에서는 지난달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7명 대상으로 실시한 8월 3주 차 여론조사에서 6.9%P(이 지사 26.4%, 이 전 대표 19.5%) 차이로 벌어진 것 외에는 3차례 모두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보였다. 2주 차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가 22.0%로 이 지사의 20.4%를 1.6%P 앞서기도 했다.

이런 특이한 흐름의 배경에는 우선 이 전 대표가 부·울·경의 20년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을 특별법 통과로 현실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다 PK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친노·친문의 정치적 근거지로, 그 어느 지역보다 ‘문 대통령 지키기’ 정서가 강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 지사가 친노·친문 인사들을 상당수 끌어안으면서 ‘비문’ 이미지는 많이 불식했지만, PK에서는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격하게 대립한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정서가 일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북일보 이동욱 논설주간은 2020년 7월 2일자 ‘이낙연 대망론’이란 칼럼에서 “영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호남 사람 세 명이 있다. 첫째는 광주가 고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고, 둘째는 남도 가락의 본고장인 진도가 고향인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다. 마지막 한 사람은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정 질병관리본부장은 경북과 대구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힘든 나날을 보낼 때 매일 아침 TV에 나와 차분한 어조로 국민에게 상황을 보고하던 믿음직한 모습 때문에 영남 지역민들이 좋아한다. 송가인 역시 코로나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 노래로 위로해 인기다.

세 번째로 영남인들이 좋아하는 이 전 총리는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영남지역에서 호감도가 높다고 한다. 영남에서의 이 같은 호응은 미덥지 못한 미래통합당의 영향이 크다. 차기 대선에서 어차피 보수 집권이 어렵다면 친문(친 문재인) 보다는 이 전 총리가 낫다는 판단에서 마음이 향한 것이다. <이하 생략>”고 썼다. 1년여 전의 글이라 현재와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대구·경북(TK)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전대표의 후원회장은 지난 국회의원 총선 때부터 후원회장을 맡아온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경북대학교 교수)과 PK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TK 출신의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송 신부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 정의구현사제단에 참여해 온몸으로 반독재 투쟁을 해왔다.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에도 송 신부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역사청산 작업과 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처럼 이 전 대표가 영남권 시민사회 원로인 김 위원장과 송 신부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뿌리깊은 지역주의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로, 양측 간 생각이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영남과 친노·친문 지지층을 두루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전 대표는 언론인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냈다. 아직 언론인이나 총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이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권좌에 오를 경우 언론의 사회적 책임감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 번은 거쳐야 할 ‘시대적 의미’를 분명히 담고 있다. 호남과 충청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대권을 차지한 김대중 대통령 이후 두 번째 호남 출신 대통령을 꿈꾸는 이 전 대표. 영남과 호남의 지지를 받아 총리 및 언론인 출신 최초로 대망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 사항일까?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