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훈(문화체육부 차장)

 

“점점 넌 멀어지나봐~” 가수 브라운아이즈의 노래 ‘점점’ 가사다. 원곡의 의미는 사뭇 다른 맥락이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전반기 막판 반짝 상승세를 타던 KIA는 후반기 들어 기세가 꺾이면서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이 크게 멀어졌기 때문이다.

94경기를 치른 7일 기준 KIA는 37승 5무 52패, 승률 0.416로 10개 팀 중 9위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는 8경기 차로 여전히 크다. 5할 승률을 지키다가 마지막에 승부수를 던지는 게 ‘언더독(이길 가능성이 적은 팀이나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정석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반타작을 거두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굳이 산술적으로 따지면 KIA가 남은 50경기에서 33승 17패를 거둬야 5할 이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1위 kt wiz(0.608)보다 높은 0.660의 승률을 작성해야 하는 셈이다.

KIA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타선에 있다. 이날 현재 팀 홈런(41개), 타점(354점), OPS(0.666) 모두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팀 타율은 0.243로 9위에 그치고 있다. 마운드의 부진도 심각하다.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5.33으로 이 부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KIA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56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나쁘다. 피안타율도 0.266로 8번째 높다.

더군다나 투수들이 잘하면 방망이가 안 터지고, 방망이가 터지면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는 투타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KIA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올 시즌 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뒤 선발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또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겹치면서 과부하가 걸려 선발, 불펜 가릴것 없이 연쇄적으로 흔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애런 브룩스는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며 전력난은 더 심해졌다. 타선에서도 최형우, 나지완 등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시달렸고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도 기대 수준에 미치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팀은 금이 갔다. 이제는 투타가 모두 슬럼프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실적으로 KIA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다면 KIA는 내년 시즌을 대비해 발 빠르게 구단의 과감한 체질 개선, 선수단 개편 작업에 나서는 것이 낫다.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성적 부진 책임은 감독과 단장이 진다는 팬들의 지적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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