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동화작가)

 

달 속에 사는 ‘달사람’에게는 소원이 있었다.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지구 사람들과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해보는 것이다. 방법을 찾던 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의 꼬리를 잡고 지구로 내려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지구 사람들에게 외계의 침입자로 여겨져 잡히고 만다. 감옥에 갇힌 달사람, 몸이 점점 작아지게 되자 창틀 사이로 빠져 나와 숲속에 숨어 지낸다. 드디어 한가위 둥근달이 뜨고, 달사람은 소원대로 지구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춤을 주며 놀다가. 또다시 지구 수비대에게 발각된다. 달사람은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자의 집으로 피신하여 완성된 우주선에 올라 다시 달나라로 돌아간다.

프랑스의 작가 토미 웅거러의 『달사람』을 읽고 필자의 생각을 약간 더해 개작한 내용이다. 토미 웅거러는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옥토끼와 계수나무’ 설화를 바탕에 두고 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해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와는 다르게 우리의 달나라 옥토끼는 한가위 보름달 속에서 떡방아 찧어 송편 만드는 선량한 주민으로 살아있다. 넉넉하게 빚은 송편을 주변과 나눠 먹는, 배려가 깃든 따뜻한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세월이 가도 변함없이 상상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현재진행형이다.

아쉽게도 이번 한가위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만나지 못했지만, 대대로 전해오는 참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한가위란 밝고 높고 넓은 큰 가운데를 말함인데, 하늘과 땅과 인간의 중심을 의미한다. 믿음이 있기에 누구라도 둥근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 모두가 ‘코로나19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말에는 운의 씨앗이 숨어있다고 하지 않던가. 머잖아 그 강한 운이 싹터서 튼실하게 자랄 것이다. 필자도 안타까운 마음에 작자 미상으로 전해 내려오는 강강술래 가사를 마음대로 개작하면서 한가위의 외로움을 달랬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입을 막고 있어 제대로 말을 못하고, 발을 묶고 있어 함께 만나 강강술래 노래 부르며 얼쑤~ 즐겁게 춤추지 못했어도 실망하지 말자. 머잖아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강강술래~ 강강술래~ 코로나19는 물론 델타, 람다, 뮤 변이종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백신 접종률을 높이자. 방역규칙을 잘 지키자. 달 속에 살면서 지구 사람들과 강강술래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는 달사람. 우리 모두 달사람과 옥토끼 만나서, 손잡고 노래하며 빙글빙글 춤추는 내년 한가위를 기약하자. 얼쑤~ 강강술래. 강강술래~” 솔직히 노랫말이 앞뒤 안 맞아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연휴 동안 흥얼거리며 지냈다.

이토록 아름다운 강강술래는 우리들이 흩어지지 말고 한 마음으로 한가운데 모여서 살자고 둥근달 아래서 약속했던 한가위 놀이였으리라, 하늘에서 지구 사람들의 행복한 놀이를 내려다보며, 얼마나 부러웠으면 달사람이 그토록 원하던 소원이 되었을까.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두 번의 한가위를 그리운 사람들과 손잡기는커녕 마스크로 가린 반쪽 얼굴만 보이고 말았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한가위를 맞이하려고 길거리 여기저기에 걸어두었던 현수막들이 아직까지도 펄렁펄렁한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이 되어주자’며 간절히 부탁하는 소리 같다.

며칠 후면 결실과 나눔의 계절 10월이다. 들녘에서는 수확을 위해 많은 일손이 필요할 텐데,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희망일자리사업도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될 지경이란다. 백신주사 맞은 가족 친지들은 물론 하늘의 옥토끼와 달사람이라도 불러와야할 것 같다. 모두가 한마음 되어 주렁주렁 고구마 캐고, 땅콩 캐고, 알밤 줍는 일 등, 바쁜 일손을 도와야 하리라. 넉넉한 들녘에 눈을 돌리면 어느덧 한가위 아쉬움은 사라지고 수확의 기쁨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