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누적 득표율 54.90%(54만5천537표)의 상승세로 ‘이재명 대세론’이 거의 확정적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라는 초태풍급 이슈도 이 흐름에 변수가 되지 못했다. 지지층 결집을 가져와 대세론을 가속화시켰을 뿐이다.

전체 선거인단 216만4천570명에 현재까지 투표율 65.96%를 반영하면 전체 투표인수는 약 142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지사가 본선으로 직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71만표를 획득해야 할 것으로 추산돼 약 17만표의 ‘매직 넘버’가 남은 셈이다. 마지막 남은 순회경선 일정인 9일 경기(16만명), 10일 서울(14만명) 지역 선거인단과 3차 선거인단(30만명) 규모를 고려하면 무난하게 과반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국무총리 출신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이어지게 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는 대선국면마다 유력주자였지만 성공 사례가 없다.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김종필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3김(김영삼·대중·종필) 중 유일하게 권좌에 오르지 못했다. 문민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최고 스펙을 자랑한 막강 후보였지만 1997년·2002년·2007년 3차례 도전에서 모두 패했다. 참여정부 시절 고건 전 총리나 이명박정부 시절 정운찬 전 총리도 중도 포기했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한때 야권 최대 주자였지만 현재 군소후보로 처졌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고향인 광주·전남에서만 유일하게 신승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 전패, 2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에 이어 문재인정부 2대 총리를 역임한 전북 출신 정세균 전 총리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사퇴했다.

그럼 ‘경기도지사는 대선주자의 무덤’이라는 징크스는 어떻게 될까. 인구 1천380만명의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역대 도백은 대부분 대권 잠룡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대선후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대선에 출마해 초라한 성적으로 낙선을 거듭했다. 역대 지사 5명 중 민선 2기 임창열 지사를 제외하고 1기 이인제·3기 손학규·4~5기 김문수·6기 남경필 지사 등 4명이 15대(1997년)~19대(2017년) 대선후보 경선 탈락 혹은 낙선으로 총 10전10패를 기록했다.

이인제 전 지사는 네 번 대권 도전에 나서 세 번 경선에서 탈락하고, 두 번 대선에 출마해 낙선했다. 한 번은 경선에 탈락하자 탈당해 다른 당으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이회창 후보에게 패했으며, 탈당해 국민신당으로 대선에 출마했지만 3위로 낙선했다. 이후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노무현 후보에게 졌고, 2007년 대선 때는 자민련으로 출마했지만 다시 낙선했다. 네 번째 대권 도전은 2017년으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홍준표 후보에게 패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세 번 대권도전에 나섰으나 모두 후보 경선에서 탈락, 대선에 출마하지는 못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고, 2017년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에게 졌다.

김문수 전 지사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대세론을 형성했던 박근혜 후보에게 완패했다.

남경필 전 지사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바른정당에 입당해 2017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유승민 후보에게 패했다.

경기지사로서는 5번째로 ‘10전11기’ 대권 도전에 나서는 이 지사가 승부사 기질로 ‘경기지사 필패론’을 잠재우고 ‘경기지사 대망론’을 현실화시킬지 관심이 크다.

역대 대선에서는 또 이회창 전 총리·이인제 전 지사·이낙연 전 대표 등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로 꼽히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권불가 징크스도 유지돼 왔다. 또한 이인제 전 지사·정운찬 전 총리·반기문 전 유엔대사 등 충청권에 기반을 둔 대권주자들의 충청대망론도 실현된 적이 없다. 아울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제3지대 후보 필패론도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징크스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처럼 이념적으로 보수·진보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후보가 아닌 경우 대선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 추세로 본다면 대권가도는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양강구도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만약 둘이 본선에 올라 누구든 당선되면 처음으로 국회의원 경력없는 대통령이 탄생한다. 특히 이 지사가 이기면 경기도지사 필패론이 깨지게 된다. 그리고 윤 전 총장이 승리하면 서울대 법대 출신 최초의 대통령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내년 3월 9일 대선일까지는 아직도 5개월이나 남았다.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고발 사주’와 ‘대장동 특혜’ 의혹이 어디까지 갈 지 알수 없다. 또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른다. 한 방에 훅 갈수도 있다. 재미있는 대선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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