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6월의 월드컵 신화로 달구어진 여름은 얼마전 대통령선거까지 올 한해를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계를 뒤돌아보면 각종 게이트를 비롯해서 주택가격 폭등 등 별로 반갑지 않은 이슈들도 많이 등장했던 한해가 아닌가 싶다.
이제 그 뜨겁고 잊을 수 없는 2002년을 뒤로 보내고 2003년의 새 아침을 맞이할 설레임으로 내 자신부터 조금은 이른 설레임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연말이 되면 송년회다, 크리스마스다, 그리고 새해에 대한 기다림 등으로 12월 한달은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야무진 끝 마무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리라.
우리는 시작만 기다릴 뿐 끝마무리는 이제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속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충하는 경우가 있다.
은행에 근무하다 보니 가장 바쁜 때가 연말이다. 어느 회사가 연말에 바쁘지 않는 회사가 있겠는가마는 은행은 그야말로 연말이 가장 바쁜 때이다.
한해의 결산을 마무리 하고 또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설계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모든 부서와 지점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 중 결산은 올 한 해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는가를 총 정리하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기업 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올 한해 우리집은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써서 흑자인가 적자인가를 알아보고 그 흑자나 적자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보다 더 윤택한 가정경제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부를 예로들면, 새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배운 것을 복습하고, 시험을 보았다면 맞은 문제에 기뻐하기 보다는 틀린 문제를 왜 틀렸는가에 대해 되짚어 보는 것이 성적 향상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이제 본격적으로 새해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되었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에 젖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고 또 그 기대감에서 새롭게 결심하고 다짐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하며 그 속에서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구분하고 잘한 것은 더 발전시키고 조금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서 다시 내년 이맘때 똑 같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알차고 실속있는 새해를 맞이하고 자신과 우리를 발전시키는 작지만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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