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전 광주제일교회 목사)
우리는 태어나서 사랑을 받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인생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때에 바로 태어나서 4살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4살 전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우리의 기억체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본인이 기억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질문에 답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갓난아이 때 어머니의 모유를 먹었나, 아니면 우유를 먹었나? 기억하고 있다면 4살 이후까지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분명하게 4살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우리 인생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순간을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기억이 아니라 그 사랑을 직접 느끼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을 토대로 인생을 시작한다.
사랑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을 때 가장 많이 분비되는 분만을 촉진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옥시토신은 엄마가 아이를 낳을 때 많은 양이 만들어진다. 아이를 향한 특별한 마음이 옥시토신을 만들어 둘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여 강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엄마와의 유대감이다. 그것을 증명한 사례가 있다.
1950년대 프랑스의 감옥은 더럽고 질이 낮았다. 특히 여성용 감방에는 갓난아기들이 그 안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 임신한 여죄수들이 낳은 갓난아기는 감옥에서 엄마와 같이 갇혀있는 신세였다. 인간 존중의 싹이 트고 있던 당시의 프랑스인들은 이 아기들에게 인간적인 배려를 베풀고 싶었다. 그래서 이 죄 없는 갓난아기들을 위해서 새로운 건물에 깨끗하고 위생적인 병동을 지어주었다.
물론 3교대의 잘 훈련받은 간호사들이 이들을 돌보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최고의 현대적 시설과 좋은 영양 관리에도 불구하고 이 아기들이 시름시름 기운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잘 놀고 잘 먹던 아기들이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린 채, 잠을 자지 않고 잘 먹지를 않아서 병에 자주 걸리고 맥없이 죽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유명한 르네 스피츠라는 의사를 시켜 원인을 알아보게 하였는데 이때 유명한 ‘엄마-아기 사이의 유대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과학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닥터 스피츠는 ‘사랑의 힘’이 어떤 육체적인 보호보다도 강력한 것임을 발견했다. 죄수 엄마들이라고 해서 자신의 아기를 덜 사랑하겠는가. 그런 엄마에게서 갑자기 떨어진 아기들은 ‘영아 우울증(Anaclitic Depression)’에 걸리고, 그것 때문에 살 기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닥터 스피츠는 이 아기들에게 제2의 엄마를 갖게 함으로써, 생명을 찾게 해주었다.
즉 3교대로 어른이 바뀌는 대신, 한 명의 보모가 ‘엄마 역할’을 하며 사랑의 관계를 새로이 맺게 한 것이다. 그는 갓난아기와 그 엄마 간의 사랑과 신임 가득한 믿음 유대관계야말로 아기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임을 발견한 것이다. 이 ‘사랑의 힘’은 ‘엄마-아기 사이의 유대관계’라는 논문으로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삶에서 절대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사랑받기 위한, 그리고 사랑하기 위한 존재이다. 사람이라면 절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사랑받고 있으면서도 사랑받고 있는지 모를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내 삶에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위대하다. 사랑 안에 기쁨이 있고 감사가 있고 소망이 있다. 인생에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만 가득하다면 그 인생에서 사랑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삶을 들여다보면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그 사랑을 발견하고 믿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우선 나의 마음이 변하고, 생활이 변하고, 삶이 변할 것이다. 당신의 인생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또한 사랑을 베풀며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