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10분부터 넘쳐흘렀는데 5시 25분 확인
인근 회사에서 유출 사실 연락…관리 부실 논란

 

기름 유출로 오염된 여수 상암천/장봉현 기자

지난 10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코리아(주)에서 일어난 벙커C유 유출사고는 업체 측의 관리 부실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회사 측은 유출 5시간이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확인했고, 이로 인한 신고도 늦어져 초동대처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16일 여수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0시 10분께 여수시 낙포동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코리아에서 벙커C유가 유출됐다.

이 사고는 저장탱크 수위 측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벙커C유가 흘러 넘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출된 벙커C유는 모두 130t이다. 이 가운데 120t은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코리아와 인근 공장 우수로를 타고 나갔지만 하천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10t 가량의 벙커C유는 공장과 1km 거리에 있는 상암천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갔다. 이로 인해 상암천 하류 200여m가 심하게 오염된 상태다.

문제는 기름이 탱크를 넘쳐흐른 시각은 0시 10분이지만 업체 측은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난 오전 5시25분께 유출을 확인했다. 유출 사실도 인근 공장에서 연락해서 확인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날이 밝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업체는 오전 7시 25분부터 해경과 전남도, 중앙방제센터 등에 신고했다. 여수소방서에 접수된 시각은 오전 9시 27분이다.

관계 당국은 신고를 받은 즉시 방제정과 방제 인력을 현장으로 보냈지만 이미 사고 후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사고가 난 뒤 8시간여 동안 아무런 대책도 없이 원유가 하천으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기름이 유출된 상암천 하류는 광양만과 불과 몇 십m 거리에 있다. 자칫 바다로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사고의 당사자인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코리아 측의 부실한 공장 관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사고 당시 공장 대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설비에 대한 점검을 하면서 정작 카본블랙 생산 원료로 쓰이는 벙커C유 저장 탱크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이다.

더욱이 벙커C유 저장탱크는 공장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인근 상암천과 1km나 거리가 떨어져 있다. 관계기관은 “저장탱크가 상암천과 거리도 멀고 벙커C유 점성이 강해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하천까지 흘러갈 동안 몰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업체 측이 조금만 일찍 유출 사실을 확인했어도 하천에까지 흘러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암천 하류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인데도 유출 규모에 비해서는 큰 피해가 안 났다는 점이다.

다만 기름이 바닷물을 타고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향후 정밀수색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 등 관계 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공장 안전관리 책임자 등에 대해서도 물 환경 보전법 위반혐의(유류 공공수역 유출)로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사고와 관련해 인근 주민과 공장 관계자 등 6~7명이 벙커C유 악취로 인한 두통과 피부 발진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당국은 7일차인 이날까지 누적인원 1천여 명을 동원해 우수로를 차단하고 하천오염을 막기 위해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도 해당 업체 직원 210명을 포함한 전문 방재업체 90명, 관계기관 주민 20명이 상암천 바위틈과 모래사이에 박힌 기름을 닦아내고, 침전된 유류를 제거하는 등의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투입된 방제장비는 크레인, 굴삭기, 진공흡입차량 등의 중장비 외에도 흡착포 582박스, 오일휀스 1천200m, 흡착붐 143박스에 달한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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