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철((사)광주마당 이사장)

 

세계는 대전환을 시작했다. 전염병과 기후위기는 한 몸이면서 이젠 경고가 아닌 강력한 현실이 되었다. 탄소중립 대전환, AI 등 도구의 전환에 따른 산업혁명과 일자리 대전환, 그리고 인식과 일상의 혁명까지 바야흐로 인류는 대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영향력이 큰 국가들이 앞다투어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는 대선이 한창이다. 후보별로 획기적인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 대전환 선대위’를 구성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에너지 대전환 등 각 분야의 전환 계획이 줄지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대전환’을 천명하고, ‘농산어촌 녹색대전환’과 주 4일 노동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출마 선언에서 ‘대전환, 대혁신’을 강조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사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연정 협상을 마무리 짓고 대규모 전환계획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 기존 2038년에서 8년을 앞당겼다. 2035년이면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중지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국토의 2%를 풍력발전에 할당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해 5,000억 유로를 투자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으로 낙점된 사민당(SPD)의 올라프 숄츠 부총리겸 재무장관은 “100여년만에 독일 산업의 현대화를 최대로 이끌어내겠다”, “독일은 기후 대응 선두주자가 되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새 연합정부는 전체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공공투자확대, 노동권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선거로 의회와 정부를 구성한다. 덕분에 다양한 색깔의 정당이 존재하고, 이번처럼 전혀 다른 색의 정당들이 연정을 구성하기도 한다. 우리도 그럴 기회가 있었다.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지난 번 총선에서 독일과 유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거대정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치개혁의 중요한 기회를 지워버렸다.

다행히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월 12일, 이에 대해 민주당에도 잘못이 있었음을 사과하고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선대위에 지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법개정에 공감대가 있다며 여야 합의로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위 안건에 위성정당 방지법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참에 반쪽이 되어버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바로잡길 바란다. 그래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국회를 구성하고, 적대적 양당구조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 민주적 정치개혁, 기후위기 대응, 새로운 산업체제 전환, 에너지 전환, 정의로운 전환, 농산어촌 대전환, 청년세대를 위한 전환 등 산업과 사회대전환의 중요 방향을 설정하고 동의하는 정치세력들이 연정을 추진하면 어떨까. 어느 한 정치세력이 독자적으로 50% 이상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정 협상이 시작되는 걸 생각하면 한국 정치도 제도는 완전히 다르지만 일정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세력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자신들의 비전을 실행하는 집단이다. 선거제도를 바로잡아 다양한 정치세력이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고, 독일처럼 연합정부의 공동정책을 합의하고, 내각을 지지도와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한다면 한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전환이 되지 않을까. 물론 연정의 범위는 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클 것이다.

이번 독일 연정 구성에서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는 외교장관을 맡게 된다. 녹색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으면 메르켈에 이어 또 여성 총리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1980년생이다. 기후위기와 인권을 핵심 의제로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 한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대표를 당선시킨 MZ세대가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만든 것은 기성세대다. 책임을 지고 다음 세대에 운전대를 넘기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각 후보 선대위에 20~30대 자리가 늘어난다. 다음 정부에서는 80년대생들이 내각과 지방정부 곳곳에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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