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발표회를 통해 학생들이 준비한 논문 발표에 자문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고등학생이 논문이라니 하는 놀라움과 대견함에 미리 준비된 자료를 살펴보는데 서로 다른 듯 같은 주제에 눈길이 멈췄다. ‘시험(수능)에 대한 불안 원인과 조절 방법’,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기 위한 방법’이 주제였는데 결국 ‘수능(시험)’이라는 큰 틀 안에 ‘불안’이라는 공통분모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래희망직종이라든지, 교우관계에 대한 내용,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환경에 대한 10대들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그건 너무 큰 욕심이었나보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들이 짊어진 불안이 안쓰러웠다.

‘불안’ 사전적 의미로는 “불쾌한 일이 예상되거나 위험이 닥칠 것처럼 느껴지는 불쾌한 정동 또는 정서적 상태”를 말한다. 그 강도와 지속 기간은 상당히 다양하다. 불안은 신체적 및 심리적 반응을 수반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신체적 징후로는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심장 박동의 증가, 호흡수 증가, 떨림, 땀 흘림, 설사 그리고 근육 긴장 등을 들 수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은 모호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임박한 위험에 직면해서 무력감을 느끼고 걱정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현상을 수반한다. 이 느낌은 신체 감각을 수반할 수도 있고 신체 감각으로 완전히 대체되기도 한다. 불안과 공포는 구분해야 하는데, 불안이 무의식적인 위험에 관련된 것인 반면, 공포는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외부적으로 현실적인 위험에 대한 반응이다.

우리는 위 고등학생들과는 이유는 다르지만 각자 막연한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다. 당장 매일 아침 보고되는 전날 감염증 확진자 숫자에도 불안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비대면 상황이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긴장감’ 수준의 불안은 오히려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라 말한다. 물론, 불안감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준이면 곤란하다. 적당한 긴장감에 해당하는 불안은 오히려 우리를 ‘대처’하고 ‘대응’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불안이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긴장 이완 방법을 배우고, 감염증 노출이 불안한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 방역을 실천하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한 나그네가 밤이면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산길을 홀로 걷는다. 한 고개만 넘으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어느새 날이 어둑해진다. 도착하기도 전에 날이 저물어 호랑이가 나타날 것이 불안하고 무서워 발걸음을 빨리 옮기거나 혹시라도 호랑이와 마주치면 어떻게 그 위기를 모면할지 궁리를 하고 묘수를 떠올려 길을 가는 것은 위험에 대한 ‘대처’할 방법을 찾게 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하는 느낌 자체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라고 하면 마음의 긴장감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자. 결국 우리는 ‘무력감’이라고 하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피해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자포자기하게 되는 현상, ‘무기력증’. 이러한 상황의 나그네라면 결국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수도 있다.

무력함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적당한 긴장감으로 이를 대처하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다. ‘불안’은 이렇게 양날의 검과 같다. 깊은 심호흡만으로도 충분히 조절 가능한 내 안의 불안을 나만의 대처능력으로 맞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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