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남도일보 주필)

 

어느새 12월도 1주일이 지났다. 하얀 소를 상징하는 신축년(辛丑年)이 시작된다고 여러 희망 섞인 말과 글들이 무수히 오갔던 시간이 바로 어제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벌써 2021년의 마지막 달이다. 1년 열두 달 중 12월은 여러 가지 의미가 많은 달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면서 새해를 준비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또한 12월은 다른 달에 비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으로 인식된다. 특히 장년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시간의 흐름은 더 빨리 체감된다. 예전에 어른들이 10대엔 10㎞, 20대엔 20㎞, 30대엔 30㎞, 40대엔 40㎞, 50대엔 50㎞, 60대엔 60㎞로 달린다고 했을 때 그게 무슨 소리인지 그 의미를 잘 몰랐다. 60이 넘어서야 뒤늦게 느꼈다.

서양 속담에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려진 교훈이다. 금같이 값지고 귀하며 소중한 것이란 말일 것이다. 돈이나 토지, 건물 같은 것들은 일시적으로 잃었다 할지라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돈이 있을지라도 절대로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이 지나가는 시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금 중에서도 황금이나 백금보다 ‘지금’이란 시간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 귀중한 시간을 한꺼번에 많이 쓰지 않고 아껴 쓰려고 1년을 열두 달로 나누고 한 달을 30여 일로 나누며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다시 한 시간을 60분으로 나누며 또다시 1분을 60초로 나눠 1초라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 1년 365일 시간으로 따지면 8천760시간이고 분으로 친다면 52만5천600분이고 초로는 3천153만6천초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1년을 잘 살았다 하는 보람과 감사의 마음보다는 조금 더 잘할걸 하는 후회와 회한의 감정이 든다. 이룬 것에 대해 뿌듯함도 있지만, 이뤘든 이루지 못했든 ‘세월은 가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라는 허무함이 좀 더 강한 느낌이다.

2021년을 회상해 보면 위기와 새로운 기회가 공존했던 한 해였다. 먼저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메커니즘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고, 사회적 약자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솔선수범, 희생과 나눔을 보며 함께 하면 그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희망을 분명히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비대면 경제의 급성장은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만들어 냈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환경을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행보가 부산했던 한 해였다. 정계는 보란 듯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미쳐 ‘구름 인파’ 운운하며 후보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야 죽든 말든 나는 당선돼야 한다는 장면이다. 민생을 돌보지 않으니 어찌 천심을 얻을 수 있을까. 오직 대선과 코로나19를 제외하면 뉴스를 볼 게 없고 관심을 끌지도 못하며 나머지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죽을 것만 같아도 그럭저럭 살아지는 게 삶일진대 광풍처럼 불어 닥친 질병의 고비가 끝인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신출귀몰함에 방역 당국의 대안은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백 명만 넘어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시간제한을 두며 초강수를 두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수 천 명을 넘겨도 별일 없는 마냥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역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고, 중증 환자도 많아진다는 발표가 꺼려진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드 코로나’라는 큰 파도에 작게 이는 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파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눔의 미학처럼 나보다는 옆 사람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다가오는 임인년(壬寅年)에는 희망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나날이 쪼그라들어 가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는 기적을 바란다. 3월 9일 대선과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참다운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줄 겸손하고 현명한 지도자를 뽑았으면 한다.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보고 싶기도 하다. 우울한 한 해를 보내면서 내년에 기대하는 희망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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