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쥐와 한패가 됐다”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이 쓴 ‘묘서동처’ 휘호. /교수신문 제공

교수들이 올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추천위원단 추천과 예비심사단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사자성어 중 2개씩을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한 결과, 총 1천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은 ‘묘서동처’가 뽑혔다고 12일 밝혔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舊唐書)에 처음 등장한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한데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꼬집는다.

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간에 입법·사법·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 교수는 “공직자가 위아래 혹은 민간과 짜고 공사 구분 없이 범법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아닌가”라며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되는데 묘서동처의 현실을 올 한해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추천된 다른 사자성어 중에서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 그다음으로 많은 표(21.1%)를 얻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표현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17.0%로 뒤를 이었다.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어리석다는 뜻의 ‘각주구검’(刻舟求劍, 14.3%)과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인 ‘백척간두’(百尺竿頭, 9.4%),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는 뜻의 ‘유자입정’(孺子入井, 9.0%)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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