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자주 쓴다. 이 말들의 묘미는 비유와 함축이다. 그래서 직유법이 아닌 은유법이고 대유법이다. 옛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에서 온 삶의 교훈과 깨달음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고사성어는 네 글자여서 흔히 사자성어라고 한다. 하지만 두 글자나 세 글자로 된 고사성어도 적지 않다. 도둑의 소굴을 의미하는 녹림(綠林)과 등용문 (登龍門)·철면피(鐵面皮)·천리안(千里眼)·배수진(背水陣) 같은 말이 이자성어 또는 삼자성어다.

고사성어는 주로 중국의 역사나, 고전, 경전이 출처다. 특히 사서오경(四書五經)과 사기(史記)는 고사성어의 보고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유사(三國遺事)·삼국사기(三國史記) 같은 역사서, 춘향전(春香傳)·구운몽(九雲夢) 아류의 소설이 고사성어가 등장하는 생태계다. 함흥차사(咸興差使)·홍익인간(弘益人間)·오비이락(烏飛梨落)이 우리 고사에서 나왔다. 역사적 사건에서 탄생하는 사자성어도 있다. 청나라 말기 의화단 사건에서 비롯된 부청멸양 (扶淸滅洋)은 구한말 위정척사(衛正斥邪)와 판박이 성어다.

필자는 학교에서 한문 공부가 필요하고 신문에도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문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면 사자성어는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각계 인사의 신년사를 보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자성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면 임인년 새해를 좋은 일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천상운집(千祥雲集)의 해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사는 “올 한해는, ‘함께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의 자세로 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2022년에는 성심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사석위호(射石爲虎)의 자세로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석위호란 ‘호랑이인줄 알고 활을 쏘고 나니 돌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정신을 집중해 성심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김한종 전남도의회 의장은 “올 한해도 저를 비롯한 58명의 도의원은 목표를 향하는 길에서 생기는 고난과 장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자세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도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인 5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경영 환경과 의지를 전망한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가장 많은 27.4%가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의 중력이산(衆力移山)을 뽑았다. 급격한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임직원들이 합심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중소기업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내실을 꾀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수도선부(水到船浮)도 중소기업인들의 많은 선택(23.2%)을 받았다. 수도선부는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뜬다’는 뜻으로, 실력을 쌓아서 경지에 다다르면 일이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다음은 기략종횡(機略縱橫·19.6%), 이환위리(以患爲利·18.8%), 제구포신(除舊布新·11.0%) 등의 순이었다. 기략종횡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하라, 이환위리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라, 제구포신은 쇄신하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임인년을 맞아 등장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저마다 뜻과 음은 다르지만 코로나19로 상징되는 어려움을 모두 함께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맹호가 깊은 숲에서 나와 그 웅건한 마음을 떨친다는 맹호출심림 진기웅건심(猛虎出深林 振其雄健心), 호랑이가 날카로운 눈으로 먹이를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기 위해 풀숲에 엎드려 있다는 맹호복초(猛虎伏草), 호랑이의 예리한 눈빛을 간직한 채 소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간다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처럼 어렵고 중요한 시기일수록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하고 원칙에 충실하며, 착실하고 끈기 있게 노력했으면 한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호랑이 걸음처럼 당당하게 나아가는 호보당당(虎步堂堂)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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