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남지역 농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벼 품종이 바뀌는 이른바 ‘벼종자 혁명’이 이뤄졌다.
‘농도(農道) 전남’에서 ‘식량혁명’을 이끈 ‘통일벼 시대’를 몰아냈던 ‘동진벼 시대’가 저물고 ‘대산·동안·일미벼 등 3개 품종 전성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15일 전남도와 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도내 벼 품종별 경작 면적 비율은 대산 23.8%, 동안 22.6%, 일미 20.9% 등 3개 신품종이 전체 경작면적(21만1천여 ㏊)의 67.3%를 차지했다.
특히 중만생종인 이들 3개 신품종벼는 지난 70년후부터 80년초까지
전남들판에 뒤덮인 ‘통일벼’를 내몬데 이어 지난 82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농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동진벼’까지 밀어내면서 일대 종자혁명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동진벼는 지난해 도내 전체 경작면적의 20.6%를 차지할 만큼 지난 81년 장려품종으로 결정된 이후 20년 가까이 전남지역 농민들의 선호 품종으로 각광을 받아왔으나 올해 고작 5.3%의 재배에 그쳐 쇠락(衰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지난 70년초반부터 지금까지 전남도내 벼 주력 재배품종이 ‘통일벼’-‘동진벼’-‘대산·동안·일미벼 3개 종자 전성시대’로 이어지는 전남 농정사(農政史)에 큰 획이 그어진 셈이다.
이처럼 3개 품종 전성시대가 열리게 된 것은 전남도가 농민들로부터 각광받아온 동진벼종자 신규 보급종 대신 3개 신품종벼를 총 보급량 1천516t의 59%인 895t(일미 517t, 대산 259t, 동안 119t)이나 농가에 집중 공급했기 때문.
게다가 내년 농가에 공급할 벼 보급종도 총 2천222t(4만4천440㏊분)중 대산·동안·일미벼가 각각 39.2%·28.8%, 22.2%를 차지해 새천년의 주력 품종으로 굳게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 95년과 96년에 각각 장려품종으로 결정된 일미·동안·대산벼는 10a당 수량성이 각각 522㎏, 533㎏, 538㎏ 등으로 매우 높은데다 쓰러짐에도 강해 당분간 주력 재배 품종의 ‘아성(牙城)’은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3개 신품종 역시 동진벼와 마찬가지로 벼멸구에 약하고 재배 기술도 제대로 농가에 보급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1개 품종이 전체 경작면적의 30%를 넘을 경우 각종 병해충과 자연재해 등에 따른 피해를 볼 경우 막대한 손실이 뒤따라 주식의 ‘분산투자’(포트폴리오)와 마찬가지로 벼 품종별‘분산 재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전남도 고근석 식량작물담당은 “올해 도내 벼 주력 재배품종이 ‘동진벼’에서 ‘대산·동안·일미벼’로 넘어가 전남 농정사(農政史)에 일대 전기가 마련됐다”며 “3개 품종 집중 경작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남평·농호·호안벼 등 최신품종도 분산 재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농업기술원은 2000년에 재배할 벼 보급종 2천222t을 시·군에 예시하고 내년 1월20일까지 거주지 읍·면농민상담소(농민상담소가 없는 읍·면은 읍·면사무소)나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신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군별 예시량은 해남군 229t을 비롯해 영광·영암군 각 166t, 나주시 160t, 강진군 147t, 고흥군 133t, 보성·장흥군 각 126t, 무안군 120t, 신안군 106t 등이다.
또 품종별로는 중만생종인 대산벼 871t을 비롯해 동안벼 639t·일미벼 494t·화삼벼 43t, 중생종인 화영벼 88t, 신선찰벼 45t·간척벼 30t·금오벼 2호 12t 등이며 공급가격은 20㎏들이 1포대당 3만1천760원이다./오치남 기자 ocn@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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