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나는 오늘 대한민국은 누구의 것인가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어리석은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어리석은 대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어떤 권력, 어떤 정당의 것일 수만은 없다. 대한민국은 모든 우리의 것이다. ‘모든 우리’는 누구인가.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국민이다”

이 글은 광주 출신 언론인 김중배 선생이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1986년 2월 22일 자 신문에 쓴 ‘대한민국은 누구의 것인가’ 칼럼 첫머리에 실린 일부분이다. 그 무렵 정치권에서 극한 대립을 보였던 대통령 직선제냐, 내각책임제냐의 헌법개정 논란을 보면서 쓴 글이었다.

암울했던 시절 민주주의 새벽을 위해 연재한 김중배 선생의 칼럼은 대중들에게 위안과 한 줄기 빛이었다. 필자도 그분의 칼럼집을 읽은 지 36년이 지난 지금 시대적 상황도 다르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다르지만 20대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선후보들에게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은 누구의 것입니까. 대선후보나 추종자들은 말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것”이라고. 그러나 지금 대선판을 보고 있자면 대한민국은 국민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권을 잡으면 그 순간 대한민국은 내 손안에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선거판은 진보냐, 보수냐, 중도냐의 대결에서 철저하게 내 편, 네 편으로만 갈린다. 배우자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폭로전만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서민·청년 할 것 없이 무너지고 망가졌으나 이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돈 주면 되지 않느냐이다. 누가 승리하든 크게 새로운 희망이 떠오를 것 같지도 않다. 대한민국이 개벽할 것 같지도 않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면서도 양강의 초접전 대결 구도다 보니 대선 승패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것은 단일화 여부와 적폐 청산이 화두다. 지금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20여 일 후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는 이재명·윤석열 두 사람 중 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전국을 누비면서 뿌리고 다닌 크고 작은 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다.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이다. 압권은 코로나19 와중에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정책보다는 국민재난지원금으로 50조 원을 풀겠다는 공약에 경쟁적이다. 크고 작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암담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돈을 나눠주는 것만으로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선거 때 만 되면 진보나 보수가 따로 없다. 포퓰리즘의 위력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8번이나 국가 부도 위기를 반복해서 겪었다. 재정 위기를 겪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다. 포퓰리즘 공약이 이 같은 전철에 화룡점정을 찍는 과오를 범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일상을 빼앗긴 지 2년이 되었으나 코로나는 더욱 창궐하고 대중들의 삶도 더욱 피폐해 지고 있다. 처음 확진자가 나왔을 때 병원 내부의 병원체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특수 격리 시스템인 음압병실. 거기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또 통풍이 차단된 방호복과 얼굴을 꽉 조이는 마스크,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진료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 이 모든 장면을 TV 화면을 통해 보면서 대중들은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 대중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코로나는 정복되지 않은 채 오히려 폭증하면서 K방역을 자랑하던 정부의 확진자에 대한 대응은 국가 차원의 방역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확진자가 2월 초 2만 명에서 중순 들어서면서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3월 초에는 하루 10만 명, 2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방역 당국이 범죄자 찾아 나서듯 해온 CCTV 추적이나 카드 조회 등의 역학조사도 의미가 없게 됐다. 실제로 일선 지자체에서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건소 허가 없이도 병·의원에 바로 갈 수 있다. 격리이탈 알람도 없어졌다.

60세 미만 확진자나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자가격리 지침 완화 이후 광주에서 갑자기 숨진 고교생의 사례처럼 재택치료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말이 좋아 자가격리지 보건당국이 확진자에게 해줄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다. 방역 당국도 지치고 국민들도 지쳐 있다. 어쩌면 온 국민이 감기처럼 한번은 코로나에 걸리고 나야 상황이 종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쯤 되면 각자도생이다. 그러니 민심이 흉흉하다. 대선후보들이여, 당신들이 정말 대한민국은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코로나19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좀 더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오듯 코로나19도 곧 긴 터널의 끝이 가까이 오고 있다며 다독여 주고 희망과 용기를 주기를. 또 묻는다. 대한민국은 누구의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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