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상무·뉴미디어취재본부장)

오치남(상무·뉴미디어취재본부장)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2주일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논란’을 보면서 느낀 솔직한 심경(心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언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가졌는가? 정치권이 나서서 직접 풀어야 할 문제인가? 이런 빌미를 준 광주광역시와 시민들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지역 언론들도 해법을 찾는데 어느 정도 노력했는가? 모두가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것 같아 씁쓸하다.

광주 복합쇼핑몰 논란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불을 지폈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광주 유세에서 “광주시민들이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왔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18일 대구 유세에서도 “(민주당은) 대형 쇼핑몰에 있는 좋은 물건들, 명품들, 이런 것에 도시인(광주 시민)들이 관심을 끌게 되면 투쟁 의지가 약화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며 “자기들의 정치 거점도시에 투쟁 능력이, 투쟁 역량이 약화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도 민주당에 복합쇼핑몰 주제 토론을 제안한 데 이어 22일 광주에서 공동대응 간담회를 갖는 등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대선 지역 쟁점으로 가열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유치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맞서는 등 여야간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18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유세를 마친 뒤 “자영업자들, 소규모 점포주와 지역 주민 편의가 충돌하고 있다”며 “그럴 때는 합리적인 타협안을 만들면 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광주 복합쇼핑몰 관련 기사와 SNS상 댓글까지 가세하면서 광주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광주 복합쇼핑몰 공세’를 계속 펼치고 있는 것은 광주시민을 위한 순수성 보단 이번 대선에서 큰 변수로 떠오른 2030세대와 주부들의 표심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복합쇼핑몰, 민주당 반대’를 쟁점화할 경우 득표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간 복합쇼핑몰 유치 공방에 광주시가 가장 곤혹스럽다. 인·허가권을 가진 광주시와 시민들을 배제한 채 정치권이 왈가왈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섭 시장이 연일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지난 21일 광주시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호남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이준석 대표의 복합쇼핑몰 토론 제안은)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우리(광주시 등이)가 시민 편의, 소상공인 보호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오고 싶은 기업은 오고, 노력해서 지자체가 유치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복합쇼핑몰 유치에도 오히려 장애 요소가 되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합리성만 가지고 정치 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대선이라고 하는 큰 선거가 목전에 있으니 의도하는 바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도, 옳지도 않고 조기에 유치하는 데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18일 기자회견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는 광주시장이 잘 추진하고 있으니 더 시급한 민생 문제를 챙기기를 바란다”던 발언보다 비난 수위를 높였다.

현재 광주에는 스타필드와 같은 대기업 복합쇼핑몰이 없다. 코스트코나 이케아 등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도 없다. 광주에서 140㎞ 떨어진 코스트코 대전점으로 쇼핑하는 시민들도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이 없어 다소 아쉽지만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도 않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소규모 낱개 구입 등 소비 패턴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가 대선 지역 핫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군 공항 이전, 인공지능 산업 육성, 친환경 자동차부품 클러스터 조성 등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 유치는 시장 논리에 따라 광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판단하면 된다. 지자체가 할 일이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지만 제1야당이 진두지휘(陣頭指揮)할 문제는 아니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문제가 ‘표 구걸 대상’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여야는 당장 민생을 빙자한 ‘정치적 공방’을 멈추고 남은 대선 기간 광주 현안 공약 대결에 나서야 한다. 광주시도 7년 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 광주지역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도 시민 편의와 소상공인 보호를 아우르는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도 선거 때 ‘85% 득표, 30% 득표’ 운운하지 말고 평소 광주에 애정을 쏟아라.

이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여부는 광주시와 시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최종 결정도, 결정에 대한 심판도 시와 시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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