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약국에 들러 약사에게 처방전을 내밀었는데 ‘고기압용’이라고 적힌 약봉지를 받는 상상, 혹시 해본 적 있는가. 혹은 떨리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는데 의사가 당장이라도 “메스(mes)!”라고 외칠 것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름 아닌 기압계를 주시하고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날씨와 건강, 그리고 질병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떠올리며 해 본, 조금은 과장되면서도 재미난 상상이다.

사람의 몸은 기온, 기압, 습도 등 여러 기상요소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장마철 무릎관절이 저린 이유는 대기 중 낮아진 기압이 관절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관절 내 조직이 팽창해 신경을 건드리고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비가 오려나 다리가 쑤시네”라는 어르신들의 한숨에 나름의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원전 400년 서양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날씨가 좋은 날 수술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현대에 들어와 이 말을 조금 더 학문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생(生)기상학’이다.

생기상학이란 대기의 물리·화학적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상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주요 연구주제 중 하나로 다루는데, 이는 주로 ‘기상병’ 혹은 ‘날씨병’으로 칭해진다. 신경통, 류머티즘, 심·뇌혈관질환 등을 포함해 날씨나 전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든 병을 넓은 의미에서 포괄한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는 인대와 근육이 경직되고 혈관 수축이 심해져 무릎 관절염이나 혈관성 질환을 앓을 확률이 커진다. 낮은 기온뿐 아니라 한랭전선(저기압)의 통과도 신경통을 비롯해 기관지천식, 심장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소에서 류머티즘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저기압과 저온에서 관절과 근육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기상병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찜질과 스트레칭을 자주 해 근육을 강화시키고, 체온 유지를 위해 두꺼운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기상청에서는 날씨누리를 통해 기온, 기압, 습도와 같은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상조건에 따른 질병 발생 가능 정도를 지수화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감기가능지수, 천식폐질환가능지수, 뇌졸중가능지수와 같은 보건기상지수가 이에 해당하며, 일 2회(6시, 18시) 생산된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 정보와 보건기상지수를 참고하여 급변하는 날씨 속에서도 기상병으로부터 나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다가올 봄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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