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재미술관, ‘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 특별전
남종화가 허백련·허행면·허달재 작품 60점

의재 허백련 作 ‘춘풍’

예로부터 여러 종류의 꽃과 새 그림은 계절이나 자연의 일부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각각에 상서로운 의미를 담아 우리의 생활 공간을 풍요롭게 꾸며왔다.

만물이 생동하고, 겨우내 움추려있던 꽃봉우리가 싹뜨는 3월, 다양한꽃과 새를 주제로 봄을 알리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의재미술관은 오는 6월12일까지 ‘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라는 주제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조화(花鳥畵)와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를 전시한다.

의재 허백련 作 ‘다로경권’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남종문인화의 대가(大家)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허백련의 제자이자 동생인 목재 허행면, 장손자인 직헌 허달재의 작품 등 총 60여점을 선보인다.

허백련 선생과 그 제자들의 작품 속에는 매화·모란·연·수선 등 문인들이 좋아하는 식물들과 여러 새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뿐만 아니라 소재가 갖는 우의(寓意)와 상징성을 드러내는 화제를 함께 써 의미를 더했다.

목재 허행면 作 ‘사계군방도’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는 여러 기물로써 현실에서 추구하는 바를 우의적으로 표현한 실용화이자 장식화이다. 의재 허백련의 기명절지화에는 그가 좋아하는 기물들이 한 화면에 모아져 있다. 평생 삶의 지표로 삼았던 동양의 경전을 쓴 두루마리, 즐겨 마셨던 차를 끓이는 화로나 차 주전자 외에 난, 수선화 같은 절지화, 포도, 감, 밤과 같은 과실류 등이 적절히 배치됐다.

의재 허백련의 화조화나 기명절지화는 다루는 소재의 폭이 넓을 뿐 아니라 각각의 표현방식이나 색감도 개성이 있고 깊이와 운치가 있다. 목재 허행면의 꽃그림은 소재는 의재와 비슷하지만 사실성에 바탕을 둔 자유로움이 있으며, 직헌 허달재의 작품은 전통을 현대화해 기품이 있으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직헌 허달재 作 ‘백매’

이선옥 의재미술관 관장은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하느라 계절이 바껴도 실감하기 어려운 요즘, 이상적인 삶은 꿈꾸며 즐겼던 화조화 또는 기명절지화를 통해 가슴 속 빈자리를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꽃향기와 새소리를 벗삼아 따뜻한 차 한잔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의재미술관은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소장품전을 개최한다. 소장품전은 이번 전시 ‘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를 시작으로 산수화 작품으로 여름을 알리는 전시와 서예-사군자 등 선비의 고상한 취미로 엿볼 수 있는 가을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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