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폴애드 대표컨설턴트)

김형주 폴애드 대표컨설턴트

“네거티브 않겠다” 대선을 거치고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곧잘 듣는 소리다. 지난 대선을 두고 전례 없는 최악의 네거티브로 얼룩진 대선이라고도 평가한다.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ing)은 ‘악의 축’이라고도 평가절하한다.

현실에선 어떨까?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 캠페인은 없다. 상대가 있고 경쟁을 하는 선거의 속성상 네거티브 캠페인은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시작부터 존재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자기 후보의 장점을 부각하는 것보다는 경쟁 후보의 정책이나 개인적 약점에 집중하여 상대 후보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부정적인 인상을 느끼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목표한 경쟁자에 대한 유권자의 투표 의도를 떨어뜨리는 캠페인’(Merritt, 1984)이다. 상대방이 왜 당선되면 안 되는지를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하고 상대 후보를 ‘전략적’으로 규정짓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후보든 자신의 약점과 결함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선 잘 포장된 포지티브 보다 상대의 사실을 제공하는 네거티브가 ‘선’일 수 있다. 다만 잘하면 매우 효과적이지만, 잘못하면 독이 된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1964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존슨이 최초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인 후 일반화됐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TV 정치광고에서 포지티브 소구는 13%였지만, 네거티브 소구는 무려 87%에 달했다. 클린턴이 집행한 TV 정치광고 총 41편 중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소구는 31편으로 75.6%, 트럼프 역시 총 20편 중 13편으로 65%가 네거티브 소구였다. 왜 이렇게 네거티브 캠페인이 많은 것일까? 네거티브 캠페인은 부동층이 대상이다. 확고한 지지층에는 어떠한 네거티브를 해도 효과를 발휘하지 않지만,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아직 선택하지 못한 부동층에는 효과적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포지티브 보다 상대적으로 이슈를 전달하는데 탁월하고, 정보제공, 이미지 차별화, 태도의 양극화에서도 우월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비효과적이라는 입장도 있다. 유권자를 소외시키거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상대뿐 아니라 자기 후보에 대한 평가까지도 부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양자 부정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등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난과 폭로, 중상모략, 비방, 인신공격으로 오인해선 안 된다.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알리는 것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 정보제공이지 불법이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들의 병역, 범죄, 납세 등의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데, 이것을 네거티브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선거운동은 무엇인가? 공직선거법 제58조(정의 등)를 보면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고 나와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도 네거티브 캠페인은 합법적인 선거운동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가짜(fake) 뉴스’와 혼용해서 사용하거나 잘못 인식한다. 선거가 과열되면 ‘거짓’이 ‘사실’이 되고 ‘사실’이 ‘거짓’이 된다. 막가파식 정치공세가 시작되는 것이다. 유권자의 인식(perception)이 사실(fact)보다 훨씬 중요함을 알기에, 후보들은 상대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해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면서 숨거나, 프레임을 바꿔 전환한다. 그것이 설령 ‘사실’일지라도. 유권자에겐 알 권리(right to know)가 있다. 그는 누구이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 있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유권자에게 평가를 받고 선택받아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이고 대의제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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