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2000년대 초반,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아이템 중 하나는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조폭 장르 영화’였다. 대부분의 조폭 장르 영화에는 몇 가지 클리셰가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주먹 하나만으로 대한민국 조폭계를 평정한 주인공이 특별한 사연으로 인해 주먹을 쓰지 않고 살아가다가, 사회부조리를 몸소 실천하는 악당들을 발견하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대사를 외치며 숨겨온 실력을 발휘해 사법제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 현실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지도 않고 가까워서도 안되는 것이 분명하지만, 때에 따라 민사소송에 있어서 만큼은 소송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 있는데, 대안적 분쟁 해결 방법(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ADR)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분쟁 당사자 일방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 까지는 적어도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변론기일 이후 재판이 빠르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1심 판결 선고시까지는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일 변경이 잦아지면서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감정 등 절차를 거치는 경우 길게는 2년 가까이 1심 판결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게다가 1심 판결이 선고된 경우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이에 불복해 항소하거나 나아가 상고까지 하는 경우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은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승소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더라도 긴 시간을 투자한 바람에 예상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그 손해가 소송을 통해 얻게 된 이득보다 더 큰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분쟁 당사자들의 이익을 조정하여 효과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ADR이다.

ADR은 개념상 소송에 의하지 않고 법원 외의 중립적인 제3의 조정자로 하여금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소송외적 분쟁해결 제도를 의미하지만, 실제 소송 실무에서는 소 제기 이후 판결 선고 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특히 많이 활용되는 제도는 ‘재판상 화해’와 ‘조정’이다.

‘재판상 화해’는 재판절차 진행 중에 양 당사자가 변론기일에서 주장을 서로 양보하여 소송을 종료시키는 합의를 의미하는 ‘소송상 화해’와 법원이 직권으로 화해권고결정을 하고 당사자가 이의 없이 받아들이면 소송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에 의한 화해’, 일반 민사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제기 전에 법원에 화해신청을 하는 등 절차를 통해 화해를 성립시키는 ‘제소전 화해’ 등으로 구분된다.

‘재판상 화해’는 법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ADR 제도와 차이를 보이지만, 변론에서의 공방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간의 협의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킨다는 점에서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보편적인 ADR 제도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조정의 경우 일반적으로 당해 조정기일에서 조정안에 동의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반면, 화해권고결정에 의한 화해의 경우 법이 정한 기간(2주) 동안 화해권고 결정에 동의할지 여부를 고민할 수 있으므로, 실무에서는 조정기일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해권고안을 만들고, 만들어진 화해권고안을 내용으로 법원이 화해권고결정을 하여 당사자들에게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 제도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ADR은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정, 화해 등이 성립하는 경우 민사소송법과 민사조정법의 규정에 따라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기므로, 성립 이후에는 그 내용을 번복하기 어렵다는 리스크 역시 가지고 있다. 따라서 ADR에 의해 분쟁을 종결하기 전 법률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통해 화해권고안 내지 조정안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내용이 적절한지 여부를 심사숙고한 뒤 화해 또는 조정에 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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