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목포대학교 교양학부·도서문화연구원 교수)

박성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 폰테베르라 시(市)는 20여년 만에 2만여 명의 인구가 늘었다. 과연 이 도시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곳은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교통이 혼잡한 도시였다. 당시 6만 명에 불과한 폰테베르라에는 자동차 2만7천여 대가 돌아다녔다. 의사였던 미구엘 엔소 로레스(Miguel anxo Fernandez Lores)가 1999년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무모하기 그지없는 공약을 실천하였고 지금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했다. 그는 ‘차 없는 도시’를 선언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를 늘렸고, 그 결과 도심 90%, 외곽도로 70%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뀌었다. 그러자 교통사고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었고, 골목 상권이 살아났고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최근까지 6선을 한 로레스 시장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공동체를 부활시킨 혁신가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 사례 외에도 브라질 꾸리찌바시, 콜롬비아 보고타시, 프랑스 파리시는 바른 권력 한 사람에 힘입어 품격 있는 도시로 진화하였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됐고, 오는 6월에는 각 지역의 리더를 뽑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선거는 우리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일꾼을 선택하는 운명의 날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실제로 도지사, 시장, 군수,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교육감의 기능이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 지역과 동네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도 있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란 한정된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이라 했다. 한정된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일에 공식적인 힘을 실어 그 권한을 주는 것이 선거인 것이다. 우리 마음은 한결같이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그들에게 지역의 운명을 맡긴다.

한 지역의 성공 비결은 멋진 이름과 비전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선거를 통해 바른 권력을 선택해야 한다. 바른 권력은 선한 정책을 만들고 선한 정책은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바른 권력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바른 권력은 무엇보다 지금 우리의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바른 권력은 때로는 앞에서 이끌기도 하고, 뒤에서 따라가기도 하며 무엇보다 시민과 함께 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바른 권력은 당연히 가장 선한 사람이어야 한다. 나아가 가장 바른 권력을 선택하고 싶다면 우리 자신도 바른 사람들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바른 권력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의 주체는 바른 권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이다. 지역발전은 바른 권력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선한 것만으로 부족하다. 바른 권력은 뛰어난 통찰력과 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비전을 달성할 뚜렷한 목표와 행동지침을 잘 선정하고, 이것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정책결정자들의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열정이다. 그래야 시민이 행복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전남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많고, 전국 최고의 고령화율과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이 떠나는 문제 등 지방소멸의 문제를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선한 권력들은 이러한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통찰력으로 돌파하는 비전을 제시하였으면 한다. 지역민의 삶을 존중하고 그에 녹아들기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도농복합도시인 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도시와 농어촌이 결합하여 개발이익 공유,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였으면 한다.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우리 지역의 미래를 맡길 바른 권력은 과연 있는지, 그 사람은 어떠한 마음자세로 그 일을 하고자 하는지, 뛰어난 통찰력과 능력이 있는지를 매의 눈으로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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