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전국혁신도시노조협의회 의장)

장재영 전국혁신도시노조협의회 의장

전남 나주시의 지방 선거 열기가 역대급이다. 시장 선거에만 15명 정도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 최대 규모다. 지역 거대 정당의 예비 후보는 13명에 이른다. 예선이 결선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최근에는 보수 정당 후보가 혁신도시에 시의원 예비 후보 등록을 했다. 당선을 예측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선거가 과열된 만큼 공약도 대선급이다. 대규모 개발과 기업 유치 공약이 난무한다. 공약의 일부만 이행돼도 나주는 크게 용솟음칠만하다.

축제로서의 선거에 대한 장밋빛 희망에도 불구하고 나주 선거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주요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이 지역 현안과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시민 단체가 나주의 주요 현안으로 SRF, 악취 해소, 교통 문제, 부정·부패·비리 근절, 부영골프장 문제를 뽑았다. 지역의 주요 후보들이 하나 같이 외면하고 있는 이슈다.

특히 SRF 문제는 부정할 수 없는 지역 최대 현안이다. 그런데 선거전이 가장 치열한 나주시장 선거조차 주요 예비 후보들이 하나 같이 외면하고 있다. 주요 후보의 자기 검열에 대해 외부의 힘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양측의 차이가 어디서 기인하든 분명한 것은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는데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나주에서는 그동안 SRF 해결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다수의 정치인이 당선 이후 SRF 문제에 등을 돌려왔다. 한술 더 떠 이들 정치인은 버젓이 다음 선거도 노리고 있다. 변명조차 없다. 권력을 위임해 준 시민과의 약속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나주 선거판에서는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나주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곳 아닌가. 더군다나 나주시에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정치인을 감시할 번듯한 시민단체 하나 없다. SRF의 피해 당사자인 혁신도시 주민은 정치력도 약하다. 일부 시민이 온라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단결하지 못한 시민의 목소리는 힘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파편화된 지역 사회에서 승자는 결국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나주 선거판에서 SRF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SRF 공대위가 입후보자들에게 SRF 관련 입장을 요구하고 정책 협약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눈치 빠른 후보자들은 선거 공약에 SRF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입후보자들이 SRF 공대위의 입장에 민감한 것은 공대위가 4년 전 기초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를 당선 시킨 전력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결국 나주 SRF 문제는 시민의 몫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스스로 통치하지 못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자의 통치라고 했다. 현실적으로시민들이 새로운 정치인을 발굴해 의회로 보내기에는 조직도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플라톤의 말처럼 시민은 선거에서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출마자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최선은 시민과 호흡하며 SRF 반대 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이다. 찾기 쉽지 않다.

반면 최악은 SRF에 무관심하거나, 공약은 있으나 구체성이 결여된 사람이다. 현재의 정치인 대부분이다. 차악은 SRF 문제에 대한 고민이 미약하더라도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치인으로서의 소신 있는 사람이다. 이번 지방 선거 후보 중에 누구에 해당할까 고민해 볼 문제다.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이 선거 운동의 중심이 됐다. 나주에서도 여러 번의 선거에서 온라인의 힘을 목격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보다 많은 목소리를 내고 소통을 통해 차악인 정치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선거를 통해 나주의 정치판을 바꾸고 SRF 문제 해결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번 시민의 위대한 역할과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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