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시설 농장서 연 1억 3천여 만원 매출
정착 초기에는 모종 실패 등 시행착오 빈번
농촌 인력난 ‘심각’…지자체 차원 지원 절실

[귀농귀촌에서 ‘전남의 희망을 캐다’]-농어촌 경쟁력 확보로 위기 극복-2. 김병옥 쭝이네 딸기 농장 대표

최근 전국적인 저출산 현상으로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 동부권 지자체들의 인구정책에도 다양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고흥군을 비롯해 보성군, 구례군, 곡성군 등 대부분의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해당,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자체가 전입자들에게 지원금을 지원하거나 출산율 증가 등을 통한 기존의 인구 정책 방법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이에 따라 최근 각 지자체들은 인구 위기 극복과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정책 모색이 필요한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귀농(귀어)·귀촌 활성화 정책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이 꼽히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전남동부권 지자체들의 귀농귀촌 정책을 비롯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귀농 사례 현장을 찾아 취재 보도해 갈수록 심각한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하고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미래의 전남 도민을 위한 농촌 교육의 새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이번호(2회)에는 보성군 조성면에 소재한 김병옥 ‘쭝이네 딸기농장 ’대표를 찾아 귀농 과정에서의 애로점, 예비 귀농자를 위한 조언, 포부 등을 들어보고 소개한다. <편집자 註>
 

보성군에 귀농해 올해 3년째를 맞이한 김병옥 ‘쭝이네 딸기 농장’ 대표.

◇ ‘고생길’인 딸기 농사로 첫 출발한 ‘인생2막’

인천광역시에서 건설업종의 사무직 일을 35년여 간 종사를하다 전남 보성군으로 귀농해 현재 1천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딸기 재배를 하고 있는 김병옥(58) ‘쭝이네 농장’ 대표.

부인 김현희씨(56)와 함께 귀농를 해 딸기 농사를 시작한 지 3년째가 되어가는 김 대표의 고향은 전남 장성군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부인 고향이 보성군 득량면이기에 처가집 연고 지역에서 귀농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셈이다.

부인 김씨는 “제가 시골을 워낙 좋아해서 처음에는 고향인 보성에서 혼자 살려고 먼저 내려 왔었다”며 “처음에 이모님이 벌교읍에서 딸기 농사를 하고 계셔서 도와 드렸었는데, 일이 너무 많았다. 도시생활로 한 번도 이런 일을 해 본 적도 없었는데, 하다 보니 남편도 이곳에 따라 내려와 농사를 짓게 된 것이다”고 부부 귀농의 배경을 설명했다.

남편 김 대표는 “건설업종의 경우 보통 50대 중반에 정년퇴직을 하는데, 어차피 시골에 가 살려면 한 살 더 젊을 때 가서 정착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평소 약초에 관심이 많아 귀농 전에는 강원도에서 임야를사거나 지자체에서 임대해 약초 재배를 해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딸기 농사를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인의 이모네가 어느 날 보성에 딸기 농지가 빈 곳이 하나 있다고 연락이 와서 딸기를 접하게 됐다”며 “부인도 딸기만 심어주고 가라고 했는데 처의 이모님이 딸기 농사는 혼자서는 못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냥 잡혀 버렸다”고 사연을 설명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있듯이 고향에 내려온 부인을 따라 나선 남편 김 대표는 3년 전인 농사 초기에는 보성군 벌교읍에서 농장을 임대해 자동화시설이 안된 곳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2년여 전에 현재의 보성군 조성면으로 옮겨 귀농자금과 사비를 들여 절반은 땅을 매입하고, 또 절반 정도는 임대를 해 자동화 하우스 시설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딸기 농사에 온 열정을 쏟고 있다.
 

보성군 조성면에 소재한 농장의 자동화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딸기. /허광욱 기자

◇ 발품 팔아 억대 매출…기름값·인건비 등은 큰 부담

김 대표는 “딸기 출하는 보통 10월말부터 6월초까지 하고 있다”며 “주로 벌교농협, 순천 원협 등으로 팔려 나간다. 작년 매출은 대략 1억 3천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하지만 자재대금 등을 다 빼고 나면 실질적인 소득은 별로 안된다”며 “특히 기름값(등유)도 올라 100%나 오른 가운데 면세도 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또 “이런 것만 봐도 우리 농민들은 정말 힘이 없는 것 같다”며 “중간에 기름값을 누가 조정해 주는 사람도 없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기름 값 폭등과 요소수 파동으로 인한 비료값 인상이 농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에 이상기온 등으로 생산량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적어 딸기 값이 비쌌는데, 이는 비료값과 기름 값 등이 크게 올라 농가의 실질 소득은 별로 많지 않은 편이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부부는 보통 130kg~150kg의 딸기를 1주일에 6회 정도 온종일 농장에서 일일이 발품을 팔아 직접 출하하고 있다.

특히 바쁠 시기에는 하루 450kg 정도 출하를 보름가량 하기도 한다.

농장에서 김 대표 부부가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집중 출하기간에는 일손이 많이 달린다고 한다.

김 대표는 “출하시기에는 인력이 없어서 지치기도 한다”며 “다른 농가와 좀 다르게 농사를 시도해 봐야 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일이 너무 많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안타까운 입장을 전했다.

이어 “우리 부부가 직접 농장의 딸기를 따고, 포장하고, 꽃 작업 등을 하고 있는데, 정말일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며 “또 일손이 부족할 때는 그때 그때 인력시장이나 지역 동네 아주머니 등을 부르고 있어 인건비도 많이 나간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소요돼 답도 안 나온다. 귀농해서 딸기 하우스는 제발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 ‘좌충우돌’ 초보 농군의 시행착오 ‘참 스승’

 

 

 

 

 

물빠짐, 방제 등 자동화 시설이 갖춰진 김병옥 대표의 농장.

 

 

 

김 대표는 초기에 귀농자금 1억 2천만원을 지원 받아 딸기 농사를 시작했지만, 딸기농사 뿐 아니라 농사 자체가 처음인지라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귀농 첫 해에는 구입한 딸기 모종에 병이 발생하는 바람에 모두 폐기해 아무런 수확도 못하는 등 초보농군으로서 쓴맛을 맛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딸기 모종을 외부서 잘못 사오면 이미 병이 온 게 많아 폐기하기도 했다”며 “또 환경관리에 미숙하면 모종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는 등 실패를 보기도 했다”며 “그래서 지금도 무엇보다 모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모종 자체가 딸기 농사의 90%를 차지하고 한 해의 생산량도 좌우한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어 “농사를 시작한 초기에 자세하게 알려주고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없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농사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도 나중에 그것이 잘못되면 뒷말을 들을까봐 주변에서 말을 안해 주는 것 같다”며 “처음에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에 귀농자들이 찾아오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물, 방제, 물빠짐 등 자동화시설 농장을 조성하는데 50% 지원을 받고도 따로 1억3천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안에 내부시설은 지원이 안돼 자부금도 절반이 들어갔다. 600평 가량 농사시 3억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4억여 원을 들여 농사를 지으려면 결코 만만치 않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초기에 농지원부를 못 만들어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벌교에서 1년여 정도 농사를 지었는데도 농사를 지은 근거가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귀농은 말만 좋지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많다”며 “임대농가에서 자녀 학비를 지원 받아야 한다면서 농지원부 계약을 잘 안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귀농에 덤벼들면 힘들어진다”고 조언했다.

임대한 농지의 임대료가 해마다 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외에도 김 대표는 지역 주민들이 귀농인들을 외부사람처럼 생각하는 것도 귀농을 어렵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 대표는 “농촌 동네에 외부인들이 들어오면 반겨주고 따뜻하게 해 줘야 또 다른 사람도 연결해서 들어올 것이다”며 “그러다 보니 귀농자는 귀농자끼리만 모임을 하게된다. 지역 어른들께서 귀농자들이 설령 부족하고 잘못하더라도 직접 질척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인력 부족, 귀농에 ‘또다른 복병’…관심 필요

김 대표가 현재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가장 큰 애로점 중 하나는 바로 일손 부족이다.

김 대표는 “누가 귀농을 해도 하우스는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인건비도 안나오기 때문이다”며 “화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군에서 받아 관리를 해 주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게 좀 미흡한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에게 인력 고용에 대해 물어보면 전남도에 농가가 직접 신청해야 하고, 인력 지원도 고작 4개월 정도에 불과해 정작 딸기가 많이 나오는 바쁜 출하 철에는 인력이 없어 도움이 전혀 안된다”고 푸념했다.

김 대표는 또 “외국인 인력의 숙박시설 지원도 안되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며 “현재 있는 외국인들도 거의 불법이 많아 4월말까지는 본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다시 들어올 때 고용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인력도 문제지만 폭등한 인건비도 농사를 어렵게 하는 장벽이다.

김 대표는 “인건비가 재작년에 비해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100%나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요즘 딸기 시세가 좋다고 하는데 비용이 많이 소요돼 실질적으로는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대표는 “초기 귀농자들의 경우 보성군 귀농센터서 1년 과정으로 120시간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귀농자들에게 매우 유익하고 도움이 많이되니 필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부취재본부/허광욱 기자 hkw@namdonews.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