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정치인 이정현 하면 몸배바지를 입고서 자전거를 타고 ‘나홀로 유세’를 펼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비가 오는 날은 비를 맞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을 헤치며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는 수단은 낡은 자전거 한 대였다.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였던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계를 떠나 은둔하다시피 했었다. 박근혜의 복심으로 한때 왕의 남자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감옥생활과 함께 잊혀져 갔으나 박이 사저로 귀환한 최근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는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것이다. 전남도지사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역민들은 지난 대선 결과와 연계해 국민의힘 후보는 10% 전후의 득표율을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 그런데도 선거에 나서 좀 뜬금없다 싶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지사 단독 후보로 나선 김영록 지사는 일찌감치 공천이 확정됐다. 대항마가 없으니 느긋하다. 아직 선거전에 나서지도 않고 있다. 대세야 바뀌지 않겠지만 김 지사는 이정현의 선전 여부에 따라 스타일을 구길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85% 전후의 몰표를 몰아주었던 사실을 주지하면 불과 50일여 만에 실시되는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김 지사는 그래도 70∼80%의 득표율은 올려야 체면치레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정현의 출현으로 선거판이 제법 흥미롭게 됐다. 그가 과연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득표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다. 과연 몇 %의 득표율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이정현은 30여년 민주당 텃밭인 순천에서 연거푸 재선에 성공하며 비례 포함 3선에 성공한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순천과 이웃한 곡성 출신으로 1985년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말단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해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제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했다. 2014년 7월 순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유세차량 없이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누볐다. 시골 5일 장터에서 산 면바지며 면티, 점퍼 그리고 밀짚모자 패션으로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며 주민들에게 다가섰다. 마침내 호남 지역에 여당의 첫 깃발을 꽂았다. 장렬한 전사가 예측된 불가능의 승리였다. 가히 혁명이었다.

KBC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3월 27~28일 이틀간 전남지역 5개 시 단위별로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한 지방선거 여론조사 중 김영록 전남도지사에 대한 재선 지지여부를 묻는 질문(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응답률 7.5%) 결과가 흥미롭다. 전남 중서부와 동부권역이 차이는 있지만 인물교체론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김영록 지사에 대한 재선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나주는 재선지지 42.2%였고 인물교체 36.7%였다. 목포는 재선지지 47.0%, 인물교체 31.6%였다. 그러나 이정현이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냈던 순천은 42.7%가 인물교체였고 재선지지는 34.3%에 그쳤다. 광양은 재선지지 39.0%, 인물교체 41.3%, 여수는 재선지지 37.4%, 인물교체 38.2%로 팽팽했다.

즉 전남 시 단위 여론조사에서 김영록 지사에 대한 인물교체론도 지역에 따라 31∼42.7%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DJ당 깃발을 들고 나서면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시대는 아니다는 얘기다. 이정현은 지난 5년 동안 거의 정치 유배 생활을 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남지사 도전은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 없는 순전히 이정현의 정치고 이정현의 결단이고 이정현이 생각해왔던 그러한 결심이었다”고 했다.

“어차피 호남은 어렵고 힘든 지역에서 사실상 과거대로 하자면 포기한 지역 아니냐. 내가 한번 혼자서 치러볼 테니까 중앙당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정치적인 논점으로 가져가지 말아달라. 한번 정책 대결을 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전남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 군수 무소속이 무려 7명이나 된다. 여수와 광양, 고흥 등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떨어졌다.

이정현은 말한다. “지난 27년은 민주당의 시간이었다. 오로지 민주당 시간. 27년 전체가 민주당의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이걸 지금 와서 한번 새롭게 변화시켜보고 다르게 해보려고 시도한다. 순전히 이정현의 정치를 한번 치러보고 싶다”고 한다.

이정현은 출마의 변에서 “전남 도민들로부터 새로운 선택이 되고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식 등을 통해 새로운 전남의 비전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이어 “너른 전남의 들과 바다의 맥박을 다시 뛰게 하겠다”며 “박력의 이정현이 전남의 진로를 지난 27년과 다르게 변화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현이 이번 전남도지사 선거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파격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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