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교육학 박사)

최성광 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첼로는 현악기 중 인간의 감정을 가장 깊이 파고드는 악기라고 한다. 첼로는 중저음의 묵직한 소리로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휘감으며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아마 첼로가 갖는 독특한 음색과 느낌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악기 중에서 유독 첼로가 인간의 마음을 더 깊이 흔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혹자는 첼로가 인간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첼리스트는 의자에 앉아 첼로를 뒤에서 감싸 안은 자세로 자신의 심장에 맞대어 연주한다. 그렇게 연주되는 첼로는 첼리스트의 음악적 테크닉뿐만 아니라 심장의 울림까지 담아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고음의 화려한 기교로 연주되는 바이올린과 달리 차분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첼로 선율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가슴을 담아내는 소리에 인간은 감정의 문을 더 쉽게 여는 것 같다.

가슴을 맞댈 때 느끼는 감정의 울림은 아이를 키우며 경험하기도 한다. 내 딸이 태어난 지 100일 무렵, 밤낮이 바뀌어 잠재우는 것이 힘들 때가 있었다. 새벽에 깨서 울어대는 갓난아이를 달래려고 기저귀도 갈고 우유도 타서 먹였지만 울음을 그치질 않았다. 피곤에 지친 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방바닥에 드러누워 아이를 가슴 위에 올리고 등을 토닥였는데, 어느샌가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눈만 깜박이더니 이내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아이는 작은 귀를 내 심장에 밀착해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집중했다. 아빠의 심장 소리와 그 울림을 온몸으로 찬찬히 느끼며 점점 눈꺼풀이 감기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 역시 그 순간 아이의 작고 여린 심장 박동을 느끼며 그대로 잠들었고, 이후로도 나는 누운 채 아이를 내 가슴에 올려 재우길 여러 차례 반복하며 아이와 교감했다.

가슴은 인간의 감정을 상징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은 인간의 감정은 진정성과 열정을 품고, 이성은 합리적이고 냉철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 어떤 일에 진정성을 다해 임하면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감동하며 그 사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진정성을 다해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가슴이 차가운 사람보다 가슴 따뜻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감동과 영향을 주는 것이다.

교육은 가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은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처럼 보다 높은 수준의 교사가 배움을 구하는 학생들에게 지식과 삶을 가르치며 성장과 변화를 이끄는 과정이다. 어떠한 형태이든 성장은 변화를 동반하고, 변화는 기존의 틀을 깨야 가능하다. 틀을 깨는 과정은 참으로 힘든 인내와 희생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교사와 학생 간 상호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학교에서 구성원 간 관계가 갈수록 메말라간다고 말한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관계와 상호작용이 점점 더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계량화된 평가와 서열화, 법과 규정의 신봉, 그리고 기계적 평등이 가져온 학교의 삭막한 현실에 학교 구성원조차 안타까움을 표할 때가 있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를 막기 위해 더 엄격하고 더 촘촘한 법을 만들어 적용했지만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더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문제가 복잡하면 항상 본질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진정성과 감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선생님들은 제자들의 배움이 중단되지 않도록 눈물겨운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올해 3월, 확진자가 속출하는 교실에서 자신의 건강을 뒤로 한 채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마스크 사이로 흘렸던 선생님들의 땀과 눈물은 뜨거운 가슴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숭고한 희생이자 헌신이었다. 메말라가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보여준 진정성과 감동은 우리 교육이 아직 희망적이며 학생들을 더 깊고 넓게 품어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교육은 따뜻한 가슴으로 해야 한다. 인간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되는 첼로처럼, 교육도 뜨거운 가슴으로 서로 부대끼고 감싸줄 때 감동과 변화와 성장을 이끌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가슴 따뜻한 교육과 감동의 이야기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