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6·1지방선거(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광주광역시장과 전남도지사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심장부인 광주·전남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차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 ·변화를 많이 겪어서 다른 세상과 같은 느낌)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든다는 뜻)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광주·전남 선거지형에 상전벽해(桑田碧海·세상이 몰라 볼 정도로 바뀐 것)를 그릴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선거를 36일 남겨둔 26일 현재 국민의힘은 주기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과 이정현 전 국회의원을 각각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후보로 확정했다.

광주 광산 출신인 주기환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주 후보는 윤 당선인이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재직한 2003년께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윤 당선인이 지휘하는 주요 수사팀에 합류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했다. 윤 당선인이 평소 광주를 찾을 때 편하게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확정에 이른바 ‘윤심’(尹心·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정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박(親朴)’ 중에서도 ‘진박(眞朴)’으로 불린다. 곡성 출신인 이 후보는 2012년 4월 치러진 제19대 총선 광주 서구을에서 39.7%의 득표율을 기록,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에게 석패했다. 이후 전남에서 재선(제19대 순천·곡성<보궐선거서 당선>, 제20대 순천)에 성공하며 비례(제18대)를 포함해 ‘3선 국회의원’이다. 1985년 구용상 전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말단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 당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성공한 ‘보수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주기환·이정현 후보는 역대 보수정당 후보와 달리 능력과 자질, 대중성 등을 갖추고 있다. 4년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후보조차 못 내고 민주당 이용섭 후보와 김영록 후보에게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내줬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선거 형국이다. 특히 당시 이용섭 후보 84.07%, 김영록 후보 77.08%의 17개 광역단체장 중 전국 1·2위 득표율을 지켜보면서 ‘지방선거 참패’(민주당 14석, 자유한국당 2석, 무소속 1석)의 눈물을 삼켰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를 4년전 패배를 설욕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오는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주기환·이정현 후보도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기록한 광주 12.72%·전남 11.44%의 득표율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26일 현재 광주 기초단체장 3곳(동구청장 양혜령, 남구청장 강현구, 북구청장 강백룡), 전남 기초단체장 4곳(여수시장 신용운, 진도군수 차현지·김정연, 영암군수 임대현, 함평군수 김유성)에 국민의힘 예비후보자가 등록을 마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이 역대 처음으로 광주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경선으로 뽑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광주·전남 곳곳에서 ‘검증 패싱·밀실 공천 의혹’ 등으로 후보 경선 및 공천 과정 파열음을 내는 것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악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광주·전남 출신이 단 1명도 없어 ‘역대급 호남 홀대 인사’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광주·전남 패싱 내각’ 구상에 실망감을 넘어 비애감마저 든다는 시·도민들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초기 국정운영이 삐걱대면 광주·전남 표심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멀어질 게 뻔하다.

이제 광주·전남지역도 특정 정당 독식 정치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수정당과 정치인들이 진정성을 갖고 광주·전남 발전 비전과 미래성장 밑그림을 제시하고 실천할 때만 가능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기환·이정현 후보가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무소속 후보에 맞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선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이 반드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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