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블랙록’은 약 1경 원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투자회사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투자기업 CEO들에게 매년 서한을 보내고 있다. 2020년에는 기후위기를 중요한 투자 리스크(risk)로 꼽으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이전의 경영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투자를 계속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 메시지는 ‘지속가능한 경영(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기가 아니다. 우리 시대가 당면한 현재의 위기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3년 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제시된 목표에 관해 세밀한 검토가 이뤄졌다. 즉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이 각각 2℃와 1.5℃가 되었을 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제시되었다.

0.5℃는 곧 인류 적응 전략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차이가 된다. 서식지의 절반 이상을 상실하는 생물종은 0.5℃ 차이로 2~3배가 많아지고, 해양 어획량은 300만 톤이 감소한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5℃ 높아지면, 바다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산호초는 99% 멸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세계인구 절반이 사는 적도 지역 국가의 대부분이 인간의 생존 한계치가 되는 습구온도 35℃를 넘어설 것이라는 미국 프린스턴대의 연구가 ‘네이처 지구과학’에 소개되기도 했다.

1.5℃를 마지노선으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 산업화 이전보다 오늘날 지구온도는 1℃ 상승했으며, 앞으로 남은 0.5℃를 지켜내려면 초국가적 협력과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48차 회의에서 195개국이 승인한 ‘1.5℃ 특별보고서’의 핵심 결론이었다.

기상청은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환경부와 공동으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행했다. 또 이듬해에는 온실가스 농도를 실시간으로 관측한 후 기상예측모델(KIM)과 결합하여 지역별, 분야별 온실가스 발생 지점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시아 최초로 세계기상기구(WMO)의 공식 프로젝트로 승인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상청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자연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지역의 탄소중립 정책을 지원하고자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지원 기상기후서비스 시범모델 개발’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관측자료, 수치모델, 위성은 물론 인공지능 등 최신의 기술을 융합하여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이상기온·특이기상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관측차량을 활용하여 위험기상을 조기 감시하고, 도심 기온 비교관측을 통해 폭염 대응 기초자료를 수집하여 예·특보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변화’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기상청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를 위해 기후위기를 감시하는 파수꾼이자 변화를 주도하는 길잡이로서 주어진 책무를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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