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6·1 지방선거에 나갈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후보들이 확정됐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역대 여느 선거못지 않게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입지자들이‘공천=당선’ 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천장 따내기에만 올인한 탓이다. 민심보다는 당심에 기대려는 비상식 구도가 몰고 온 현상 그 자체가 이번에도 우리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재현됐다.

대통령 선거 패배 직후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위해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시스템 혁신을 통해 공천개혁을 강조하며 민심달래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연일 공천 후유증이 거세면서 ‘누더기 공천’이라는 오명과 비아냥을 뒤집어 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역 곳곳 공천 후유증 거세

특히 광주·전남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특성상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이라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면서 지역위원장의 입김, 이중투표, 당원명부 유출 논란 등이 불거져 경선 불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선 과정은 공정하지 못했고 정의로운 결과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지역민심은 어느새 반민주당 정서로 들끓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선은 끝났지만 아직도 중앙당에 재심, 삼심을 청구한 사례가 빈번하고 불복에 불복을 거듭하면서 고소·고발사태로 까지 이어져 민심 이반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선거철만 되면 지역간 균열이 심각해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가 되레 성장 동력과 화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경선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 시비를 낳은 결정적 원인 제공은 현역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지역위원장의 횡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엇비슷한 조건의 예비후보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공정 보다는 고무줄 잣대를 적용해 시비거리를 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현역 단체장에 이같은 비난은 쏟아졌고, 경선 마저도 배제 당한 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민주당 소속으로 경선이 원천 배제된 광주·전남 현역 단체장은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과 강인규 나주시장, 김산 무안군수, 유두석 장성군수 등 4명이다. 이들은 탈당과 함께 곧바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이미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각자 온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민주당과 지역위원장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이라는 공통 분모는 확인됐다. 서대석 청장은 “꼼수와 배신의 공천이었다”면서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할 시당과 위원장이 이번 공천을 최악으로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유두석 군수도 “공정과 정의를 말하는 중앙당 재심위에 마지막 기대를 했으나 끝내 스스로를 부정했다”며 “군민으로 부터 올바른 선택을 받겠다”고 밝혔다. 김산 군수 역시 “재심을 신청했으나 공관위가 명확한 해명도 없이 기각했다”고 주장했고, 강인규 나주시장도 “공천심사의 잣대가 누군가에게는 느슨하고 누군가에게는 가혹하게 적용돼선 안된다”고 지역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탈락자들의 주장을 액면 받아들이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앞서 제기했던 경선 심사 과정에서 중앙당이나 시·도당의 명확한 기준이나 잣대없이‘제입맛대로’식 적용이라는 의혹에 어느정도 자유로울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싶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충분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차 지적하고자 한다.

#민심 거스린 정치 성공 못해

우리나라 지방자치 시행이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착근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민으로부터 뽑힌 단체장과 의원들이 지역위원장의 입김 때문에‘네편,내편’식 편가르기가 횡행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는 요원하다. 지방자치 무용론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식 지방정치의 한계론과 무용론이 동시에 나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흔히 한국 정치를 두고 진화보다는 퇴보한다는 비판 여론이 우세하다. 동시에 지방자치 또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높다. 민심을 거스린 정치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유권자는 의식이 바뀌는데 정치인은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정치만이 갖는 아이러니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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