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선한병원 면역센터 의학박사)

정성헌 선한병원 면역센터 의학박사

우리 몸은 약 2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각각의 세포에는 핵이라는 것이 있고, 그곳엔 유전체, 즉 우리몸의 설계 도면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63빌딩이 있다면 그 건물안의 모든 방속에는 63빌딩 전체의 설계 도면이 들어 있는 것과 같다. 이 도면을 들여다 보면 어느 곳에 설계상의 오류가 있는지를 알아 낼 수 있고, 그 오류의 종류를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떤 질병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즉, 앞으로 내가 어떤 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검진은 영상 장비와 혈액, 혹은 내몸에서 체취한 체액을 가지고 검사를 하는 게 주류다. 그리고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나중에 당뇨병에 걸릴지언정 지금은 아무리 검사를 해도 혈당은 정상으로 나온다. 그 나이에는 혈당 측정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그 아이의 당뇨 예방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을 교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당뇨를 막는다. 이미 당뇨가 발생한 뒤라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성인병의 집안 내력이 있는 아이들은 어릴 때 미리 해야하는 중요한 검사이다. 미래의 질병을 예측해 주는 것이므로,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 이상 중요한 문제이나 간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 아이들은 건강하니까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유전체 검사의 방법은 최근에 기술의 진보로 인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암과 같은 질환은 조상으로부터 유전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나 조부모가 암이 있다면 반드시 본인도 해당암에 대한 유전체 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 암 뿐만이 아니라 유전 성향이 있는 질환들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심근경색, 치매 등과 같은 질환들도 가족 중에 앓았던 분이 계시다면 유전체를 공유한 일가 친척들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수년전만 해도 유전체 검사비용이 수억원이 들었다. 그 당시에도 돈많은 분들은 검사를 했다. 지금은 지속적인 기술의 발달로 한 질환당 3만원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로 한번에 최소 3개 질환 이상을 검사해야 한다. 한번 태어나면서 받은 유전체는 죽을 때까지 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한 질환에 대하여 평생 한번만 받으면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발생되는 질환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매년 3∼5개 정도의 질환을 검사하면 몇년이면 내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유전체 검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유전체 검사는 장기적으로 검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만일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본인이 위암에 대한 공포로 매년 위내시경을 받고 있다면 더더욱 유전체 검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만일 위암에 대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유전체를 받아서 위암 발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면 매년 위내시경을 받을 이유가 없다. 물론 환경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발병률 제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기존의 건강검진 자체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검사의 빈도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침같은 것을 통해 구강내 세포를 가지고 할 수도 있지만, 정확도를 위해 소량의 혈액을 체취하여 검사를 한다. 결과는 일주일 정도면 받아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아이들 유전체 검사를 하면 이 아이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오류에 빠지면 안된다. 아이들은 엄청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런 아이들의 미래를 어른들이 미리 정의내린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그런 것을 확인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낮다하여 술 담배를 절제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간암은 올 수 있다. 질병이라는 것이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받은 유전적 요소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크기 때문에 자신이 살면서 절제하지 않고 방탕하게 생활 습관을 잘못 가져 간다면 병은 언제든 우리를 덮친다. 설계가 잘못된 건물도 잘못된 부분을 미리 알고 조심히 사용하면 오래 쓸 수 있지만, 아무리 설계가 잘된 건물이라도 관리하지 않는다면 오래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고 예방하는 것이 최고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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