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이사또가 높은 관아의 마루 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최부자와 그의 꼽추 아들을 내려다보며 호령했다.

“네 이놈! 어찌하여 너는 여염집 규수에게 없는 일을 뒤집어씌워서 강제 혼례를 치르러 하였더냐? 어서 함께 공모한 자들을 숨김없이 이실직고(以實直告)하라!”

“아이고! 사또 나리! 이놈이 무얼 잘못했다고 이리 핍박하시는지요!”

최부자가 고개를 치켜들고 이사또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허! 아직 저자가 자기가 지은 죄를 모르는 것인가 보구나! 여봐라! 저자를 형틀에 묶고 곤장(棍杖) 열을 쳐라!”

이사또가 형틀 옆에 서 있는 형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이고! 아이고! 사람 죽네! 아이고! 사또 나리!”

최부자가 형리들에게 붙들려 벌건 엉덩이가 통째로 발가벗겨진 채로 형틀에 엎어져 묶이며 소리를 쳤다.

“인정사정 보지 말고 어서 쳐라!”

이사또가 크게 호령을 했다. 이사또의 명령에 따라 곤장을 치켜든 표독스럽게 생긴 형리가 최부자의 엉덩이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악! 아이고! 나 죽네!”

‘따악!’ 하고 곤장 내리치는 소리가 나고 최부자의 엉덩이에 찢어지는 듯한 불 번개가 이는지 자지러지는 비명이 허공중을 찢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아무런 인생신고(人生辛苦)도 겪어 본적 없이 승승장구(乘勝長驅)하며 잘 먹고 잘살아왔는데 불행히도 꼽추 아들을 낳는 바람에 그 혼인 욕심으로 참으로 험난한 지경에 빠진 최부자는 곤장 한 대에 그만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첫 번째 곤장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곤장이 엉덩이에 ‘딱!’ 하고 내리꽂혔다.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 아이고! 나 죽네!”

최부자가 다시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이놈! 어서 함께 한 공범을 대라! 이 관아 안에 내통하는 자가 누구냐?”

이사또의 불호령이 다시 최부자의 귓 고막을 찢었다. 막 곤장이 세대째를 내리치기 위하여 허공으로 높이 치켜 올려지고 있는 찰나였다. 그런데 바로 이사또 옆에 서 있는 이방 유재관이 최부자의 눈에 들어왔다.

“아! 사또 나리! 바! 바로, 저 저저! 저자올시다!”

“멈춰라! 저자가 누구냐?”

이사또가 곤장을 멈추게 하고 최부자에게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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