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역대 최다 68명 무투표 당선…김빠진 지방선거
광주 광산구 등 유권자 최대 2표 박탈
민주당 일당 독점에 민주주의 위기론
대구·경북에선 국힘 대거 무투표 당선
설 곳 없는 소수정당 “정치 바뀌어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뤄지기도 전에 광주·전남지역에서 역대 최다 규모인 68명이 무투표 당선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보성·해남군은 기초단체장부터 광역·기초의원 후보 등이 무투표 당선돼 유권자들이 최대 2표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민주당 일당독점의 폐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설 곳을 잃은 소수정당들은 호남정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대 2표 박탈당한 유권자들

16일 광주·전남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6·1 지방선거 광주·전남지역 후보자 중 나홀로 출마한 68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이 때문에 광주와 전남지역 일부 유권자들은 최대 2표의 투표권을 박탈당했는데,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 모두 무투표 당선된 광주 광산구 제3선거구(첨단1·2동), 광산구 제5선거구(수완동·하남동·임곡동) 유권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남에서도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 모두 무투표로 당선된 해남군 제1선거구(해남읍·마산면·황산면·산이면·문내면·화원면)와 보성군 제2선거구(벌교읍·겸백면·율어면·복내면·문덕면·조성면) 유권자들이 2표의 투표권을 잃었다.

이곳 유권자들은 총 7표를 행사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 광역의원, 비례 기초의원, 교육감 등 5장의 투표용지만 받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지역 상당수 유권자들이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선택할 수 없게 되면서 민주주의 위기론 마저 제기되고 있다.

◇TK, 국민의힘 무더기 무투표 당선

무투표 당선은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무투표 당선된데 이어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는 기초단체장 3곳과 광역의원 37곳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무투표 당선됐다.

전국적으로는 이번 지방선거 전체 선출인원의 12%에 달하는 494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4년 전 지방선거의 5배가 넘는 규모로 급별로는 기초단체장 6명, 지역구 광역의원 106명, 지역구 기초의원 282명, 비례 기초의원 99명이다. 물론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우리 정치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거대 양당 중심의 진영 대결 양상이 확고해지면서 발생한 폐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이른바 험지에 출마하는 거대 양당의 후보자가 줄어들면서 양당이 서로 유리한 지역을 나눠먹는 형국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과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제3당에서 후보자들이 나왔지만 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 체제로 선거가 치러지고, 입지가 좁아진 소수정당에서도 후보자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진보당 소속 6·1지방선거 전남도의원 후보자들이 16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독점 정치가 낳은 호남 정치 적폐를 청산하고 새시대 대안세력으로 진보당이 설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전남도당 제공

◇“대안 정치세력에 힘 실어달라”

무투표 당선자가 무더기로 나온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당장 투표권을 잃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무투표 당선자에 대해 찬반 투표라도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거주하는 한 유권자는 “광산구청이 사실상 광산구 주민들에겐 작은 정부인데, 구청장에 대한 선택권도 없을 뿐더러 구정과 시정을 견제해야 할 광역의원도 뽑을 수 없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유권자가 선출하지 않은 선출직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정의당과 진보정당 등 소수정당도 일당독점 폐해를 지적하며 대안 정치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개혁을 위해 도입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마저 민주당은 자당 후보를 전원 공천하면서 시민을 기만했다”며 “비판과 견제가 작동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집행부와 의회가 한몸이 되는 약속 대련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 소속 광주·전남 지방선거 후보들도 이날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에선 무능하고 지역에선 오만한 민주당을 강력하게 견제하겠다”며 “30년 민주당 독점 정치가 낳은 호남 정치 적폐를 청산하고 새시대 대안세력으로 진보당이 설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중·서부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