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최부자와 이방 유재관의 눈빛이 순간 마주쳤다. 이방 유재관이 깜짝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외로 틀고 저으며 입술을 질끈 물어뜯었다.

그것을 본 최부자가 입을 열려다 말고 고개를 푹 수그려 버렸다.

“어허! 이놈 봐라! 어서 곤장을 매우 쳐라!”

이사또가 노기 띤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형리가 곤장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가 최부자의 벌건 엉덩이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 아이고오!”

‘딱! 딱! 딱!’ 넷, 다섯, 여섯을 계속해서 곤장을 내리치도록 최부자는 이를 벅벅 갈며 버티고 있었다. 자존심 강한 최부자가 차마 제 죄를 제 입으로 도무지 토설자백(吐說自白)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박옥주가 저 이방을 시켜 이사또에게 뇌물을 들이밀어 준다고 해서 만 냥을 주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는 없었다. 엉덩이 살점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도록 곤장을 맞으며 최부자는 선 비명을 질러댔다.

“이놈 잡아라! 사또 나리! 이놈이 진짜 죄인 올시다!”

그때 관아 문밖에서 큰소리가 나더니 문 안으로 건장한 백성들 서넛이 박옥주의 팔다리를 붙들어 잡고 들어오고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한 박옥주가 담장 밖 느티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관아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아래를 지나가던 윤과부와 신과부 눈에 용케 띄고 말았다. 이를 벅벅 갈며 결의보복(決意報復)을 벼르고 있던 윤과부가 박옥주를 보고는 손가락질하며 사람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저놈이 내 돈 백 냥을 떼어먹고 도망간 이 사건의 범인 박옥주요! 사람들아! 어서 저놈을 잡으시오!”

모인 백성들이 윤과부의 소리를 듣고는 박옥주를 붙잡으려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저! 저놈 잡아라! 저놈이 범인이란다!”

그 말을 들은 박옥주가 까마득한 나무 아래로 펄쩍 뛰어내리며 고함을 질렀다.

“입 닥쳐! 염병할 놈의 과부 여편네야!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박옥주가 느티나무 위에서 관아의 재판하는 꼴을 보아하니 최부자가 형틀에 묶여 곤장을 맞는 모습을 보고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곧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려고 하는 참이었는데, 그 찰나에 재수 없이 윤과부의 눈에 발각되고 만 것이었다. 땅에 뛰어내려 한달음에 튀어 달아나려고 성난 범처럼 번쩍 일어서며 박옥주가 소리쳤다.

“아악! 비켜라! 비켜! 나는 아니다! 저 과부 여편네가 진범(眞犯)이다! 어서 저년을 잡아라!” <계속>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